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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몸낮춘 문 대통령…'추경·인사' 꼬인 정국 풀릴까
34일만에 시정연설 나서 '진정성' 있게 국회 설득…'3당 추경안 심사 착수' 일부 성과
입력 : 2017-06-12 오후 5:51:32
[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시정연설은 취임 34일 만에 이뤄졌다. 추가경정예산안 등 국회에서 꼬인 현안을 풀기 위한 발 빠른 소통 노력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경 편성을 놓고 “실업문제와 소득 불평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처방 성격의 재정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그동안에도 국정과제 1순위는 늘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3당 추경안 심사 합의’ 등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직전 회동을 하고 추경안 심사에 착수키로 결정했다. 상임위원회별 심사 때 쟁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 숨통은 트였다.
 
경영자총협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일자리 문제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새 정부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좋은 일자리를 그 어느 정부보다 많이 만들어 내는 일자리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추경안 처리만을 위해 국회를 찾은 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장관급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 지연으로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18개 부처 가운데 아직까지 내정자 발표도 못 한 곳이 7군데나 된다. 내심에는 국회 방문이 작금의 인사정국을 풀어가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연설 말미에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한 것도 청문 절차를 서둘러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 “저와 정부도 국회를 존중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다”면서 소통 노력을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청와대와 야 3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강경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청와대 정무라인의 수차례 접촉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서 강 후보자가 의혹 대부분을 소명했다고 보고 있다. 남은 의혹도 지명을 철회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야 3당은 위장전입과 가족의 탈세 의혹 등을 토대로 지명 철회를 요구 중이다. 이들 정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임명 동의 여부와 강 후보자 지명철회를 연계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이유로 국회를 찾은 진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국회 부의장단과 만났다. 비록 한국당에선 면담을 거부했지만, 다른 야당에 대한 설득은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먼저 낮은 자세를 보이고 야당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국정의 협조를 당부했다. 시간 관계상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강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급 인사의 조속한 임명에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취임 직후 야당 대표들을 만나고 청와대로 초청하고, 국회까지 직접 찾아왔다”면서 “야당에서도 대통령의 진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국정에 협조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이 문 대통령의 행보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 대통령의 연설 이후 여전히 비판적인 논평을 쏟아내는 것으로 보아 기존의 입장을 유지한 채 계속 각을 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문 대통령도 국회 임명동의가 필요 없는 장관직 등의 경우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으로선 국회의 반대에도 고위공직자 임명을 강행했다는 오명을 쓰게 되고, 정국 경색은 피하기 어려워진다.
 
야당의 마음도 편한 건 아니다. 오히려 타격은 더 클 수 있다. 대통령의 노력을 묵살하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은 피할 길이 없다. 80%가 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큰 부담이다. 정권 초반 이런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도 최고다. 한국당을 제외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이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가급적 파행을 피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누구의 책임이 큰지, 누가 더 양보해야 하는지, 판단은 여론의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다만 민주당은 이런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기에 앞서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최대한 야당과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 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진심에 야당은 대승적 차원의 협치 정신으로 응답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야당에게 한 발 물러설 명분을 세워준 만큼, 한국당이 여론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태도변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만나 차담하고 있다. 이자리에 자유한국당 정우택(왼쪽 빈자리)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김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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