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채무 조정에 극적으로 동의하면서, 첫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조정안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돼 법정관리 위기에 놓였던 대우조선이 기사회생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10시와 14시, 17시 3회에 걸쳐 서울 중구 소재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채무 재조정안 사채권자 집회에서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한 사채권자 99.9%가 찬성했다.
사채권자 집회 가결 요건(발행 채권액 3분의 1 참석, 참석 채권액 3분의 2 동의)을 만족하면서 총 5회차(4-2, 5-2, 6-1, 6-2, 7) 가운데 3회차를 매듭지었다. 18일 두 차례 남은 집회에서도 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찬성하면, 대우조선은 P플랜(초단기 법정관리) 돌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자율적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2018년 4월 만기되는 회사채와 관련한 네 번째 집회는 1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500억원을 들고있는 신협(300억원)과 중기중앙회(200억원)가 참석한다. 마지막 집회는 내년 3월 만기인 3500억원 회사채가 대상이며 최대 채권 보유자인 국민연금이 키를 쥐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중기중앙회, 신협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이미 이날 새벽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자율적 채무조정안을 최종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부분 찬성표를 던질 것이 예상된다. 우정사업본부, 중기중앙회 등은 이미 채무재조정에 동의하기로 결정했으며 신협 역시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부분 국민연금의 결정을 참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바람직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지원 문제에 대해 산업은행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던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이 수용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장기적 수익 제고를 고려할 때 대우조선 법정관리보다 채권단 주도의 자율적 채무조정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제시한 '에스크로 계좌' 카드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우조선 청산가치(6.6%)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제3의 계좌에 예치해, 최악의 경우 산업은행이 적어도 청산가치 만큼은 보존해 주겠다고 보장을 한 것이다.
이달 18일까지 단 하나의 회차도 부결되지 않고, 채무 조정안이 통과되면 대우조선은 당장 이달 말부터 부족자금을 지원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된다. 회사채 만기 도래액을 포함한 이달 말 대우조선의 부족자금은 9000억원이다.
오는 21일 만기인 회사채 4400억원과 기자재 구매업체와 협력업체에 갚아야 하는 자금 등이 부족자금으로 쌓이게 된다. 다음 달 부족자금은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에 성공한다면 회사채 50%가 출자전환되고, 나머지 50%는 만기가 3년 연장되기 때문에 대우조선의 이달 말 부족자금은 4000억원가량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산은은 2015년 10월에 지원 결정한 4조2000억원 가운데 쓰지 않고 남아 있는 3800억원을 먼저 투입해 부족자금을 막을 계획이다. 나머지는 산은·수은이 새로 지원하는 한도성 자금 2조9000억원 중에서 꺼내 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모자라는 돈만 꺼내 쓰는 방식"이라며 "대우조선의 선박 건조 등 운영비와 협력사 납품대금 결제 용도로 먼저 쓰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사채권자는 상반기 중 출자전환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출자전환 규모는 총 2조9100억원이다.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32%에서 300%가량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계획대로 채무 재조정이 진행되면 대우조선 보유지분은 ▲산업은행 56% ▲사채권자 17.5% ▲시중은행 13.5% 등으로 정리된다. 지금은 산은이 79%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위는 3.5%, 소액주주가 16.4%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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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