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조건을 두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최대 채권자인 국민연금이 막판까지 명분 싸움을 이어 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은은 국가경제 타격을 막기 위해 대우조선을 회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으로 모은 기금의 운용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두 기관이 물러설 수 없는 명분으로 계속 맞서 왔지만, 양측 모두 마지막까지 협상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어서 대우조선의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날인 14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4일 오후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안건으로 하는 투자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30%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대우조선 회생안 추진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가 다음주 17~18일 열리는 것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사실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마지막 날에 입장을 밝히는 셈이다. 산은 등 채권단 측에서도 이날 오전 국민연금으로부터 이 같은 일정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지막 날까지 결정을 미루겠다는 것은 국민 노후자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한 자세를 취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협상력 극대화라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대우조선 처리 방안을 발표한 이후 산은과 국민연금은 강 대 강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앞서 산은은 삼정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회사채 투자자들에 채권 1조3500억원 가운데 50%를 출자전환하고, 50%는 3년 상환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투자 관점보다 특정 기업이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이 쓰이는 선례로 인용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관련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회사채 우선상환, 출자전환 가격조정 등의 요구를 해왔다.
하지만 산은 등 채권단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장하는 회사채 우선 상환은 '모든 사채권자의 공평한 고통분담'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에 위배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보유한 사채 투자분만 우선상환하면 형평성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이 앞서 요구했던 대주주(산은)의 추가감자는 일찌감치 거절됐다. 국민연금은 산은이 대주주로서 경영부실의 책임이 있으니 추가 감자로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지만 산은 "이미 충분히 대가를 치뤘다"며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팽팽하던 양측의 긴장감은 이날(13일) 오후부터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의 운명을 결정할 시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임종룡 위원장과의 면담을 가진 후 "국민연금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추가 협상이 가능하다"며 막판 기류 변화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다. 국민연금 역시 "언제든지 산은과 얘기할 의지가 있고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화답했다.
산은과 국민연금 측 모두 막판까지 협상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을 밝혀, 극적 타결을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사회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채무조정에 동의하면 산은과 수은이 2조9000억원을 대우조선에 추가 지원하기로 한 만큼 두 기관의 입장차는 막판에 조율될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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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