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이달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가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채권자인 국민연금을 배제하더라도, 사학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 등 다른 채권자들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우조선의 운명이 결정된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투자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찬성하면 대우조선은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기게 되지만, 부결될 경우 대우조선은 P플랜(초단기 법정관리)으로 직행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약 두 시간 간격으로 3차례, 18일 오전부터 2차례 열릴 예정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5개 집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채권자 동의를 얻어야 채무조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다섯 번의 집회 중 한 번이라도 동의를 얻지 못하면 곧장 P플랜 절차가 개시된다"고 말했다.
먼저 17일 오전 10시에는 대우조선이 발행한 '4-2'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사채권자 집회가 열린다. 이 집회에서 중요한 캐스팅 보트는 사학연금과 중기중앙회가 갖고 있다. 사학연금은 막판까지 입장을 보류하고 있으며, 중기중앙회는 이미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두번째 집회인 '5-2' 2000억원 어치 회사채의 사채권자 집회에선 우정사업본부의 의견이 핵심이다. 17일 세번째 집회인 '6-1' 4400억원 어치 사채권자 집회는 국민연금이 키를 쥐고 있다.
18일 네번째 집회인 '6-2' 건은 600억원 어치의 발행 물량 가운데 과반이 넘는 물량을 신협과 중기중앙회가 갖고 있다. 마지막 집회인 '7'회차 발행 물량은 3500억원으로 이중 국민연금이 11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들 회사채에는 '한 곳에서 지급불능이 발생하면 다른 채권자도 일방적으로 지급불능을 선언할 수 있다'는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연쇄지급불능) 조항이 걸려 있어 대우조선은 이틀 내내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사학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 주면 대우조선은 큰 고비를 넘기게 된다.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가결을 조건으로 시중은행도 무담보채권 80% 출자전환, 20% 만기 연장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을 100% 출자전환하게 된다. 사채권자 집회가 성공하면 산은·수은은 이달 말에 바로 대우조선에 대한 한도성 대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한 21일 만기 회사채(4400억원) 상환을 유예한다고 해도 월말 부족자금이 800억∼900억원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이 지원하는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은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처럼 쓸 수 있는 개념이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 안건이 부결된다면 대우조선은 법정관리 개념의 'P플랜'에 들어가야 한다. P플랜은 법정관리의 장점인 법원의 강제성 있는 채무조정과 워크아웃의 신규 자금 지원 기능을 결합한 것이다.
P플랜에 대비한 회생계획안 작성을 완료한 금융당국과 산은은 채무 재조정 실패 시 대우조선을 이달 21일 전후로 P플랜에 집어넣을 계획이다. 법원 인가는 최소 4주일에서 길게는 3개월 가까이가 소요된다.
P플랜에 돌입하면 일단 법원 주도로 강도 높은 채무 재조정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 손실 예상액은 4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자율적 구조조정 시 손실액 3조1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가량 많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현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P플랜 절차에 대해 "사채권자 집회 첫날(17일) 한 회차라도 부결되면 자율적 구조조정은 어렵게 되는 것이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P플랜 돌입 전에 채권단 협의회와 사채권자 집회를 다시 개최해야 하고 그 이후 대우조선 이사회를 거쳐서 P플랜을 신청할텐데 다음주 중반까지는 절차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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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