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채권 보유자인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의 유동성 지원의 첫 단계인 채권자 채무재조정에 동의했다. 국민연금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기금 손실 보전 장치를 요구하면서 유보 입장을 유지해오다가, '회사채 상환보장 확약서'를 받아내고 막판에 찬성으로 돌아섰다. 대우조선은 이제 이달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를 무사히 넘기면 국책은행으로부터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는다.
국민연금은 17일 새벽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날 열린 투자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안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회사채 50% 출자 전환, 50% 3년 만기 연장)을 수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3900억원(29%)을 보유한 최대 사채권자다. 특히 개별 회사채 중 규모가 가장 큰 4월 만기 회사채 4400억원 중 43%인 1900억원을 들고 있다. 국민연금의 동의 없이는 정부 채무조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금융당국이나 산업은행도 그간 국민연금 설득에 주력해왔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기금 손실에 대한 보전 장치를 산업은행에 요구하면서 신중론을 유지해오다가 산업은행이 막판에 '회사채 및 CP 상환을 위한 이행 확약서'를 제안하면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대우조선 청산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산업은행이 현 시점의 청산가치를 최소한 보장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면서 시장의 관심은 사채권자 집회로 쏠리게 됐다.
사채권자들은 각 집회에서 채무조정안 수용 찬반을 밝히는데, 참석한 채권액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정부의 채무조정안이 통과된다. 다섯 번의 집회 가운데 한 번이라도 부결되면 곧바로 대우조선의 P플랜 절차가 개시된다.
사채권자 집회는 17~18일 양일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서 열린다. 집회는 17일 오전 10시(7월 만기)와 오후 2시(11월 만기), 오후 5시(4월 만기), 18일 오전 10시(2018년 4월 만기), 오후 2시(2018년 3월 만기) 등 총 5차례다.
국민연금 외에도 우정사업본부(1600억원)나 사학연금(1000억원), 신협(900억원), 수협(600억원), 중소기업중앙회(400억원), 한국증권금융(200억원) 등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있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날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현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P플랜 절차에 대해 "사채권자 집회 첫날(17일) 한 회차라도 부결되면 자율적 구조조정은 어렵게 되는 것이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P플랜 돌입 전에 채권단 협의회와 사채권자 집회를 다시 개최해야 하고, 그 이후 대우조선 이사회를 거쳐서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할텐데, 다음주 중반까지는 절차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우정사업본부와 신협 등 다른 기관투자자들은 국민연금 결정에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분 기관들이 채무재조정 동의 결정을 유보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의 입장을 참고하겠다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이 마무리되는대로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내달까지 국책은행이 2조9000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대우조선에 지원한다.
또 상반기까지 은행·사채권자 보유 채무(2조9100억원)의 출자전환을 마무리해 지난해 말 기준 2732%인 대우조선 부채비율을 300%대로 낮출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거쳐 내년 말부터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