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대한항공 이사회가 우여곡절 끝에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6일 지원 계획을 발표한 후 거의 보름 만의 결정이다. 산업은행도 한진해운에 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전현직 대주주의 사재 지원까지 총 1600억원이 긴급자금이 투입되면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은 잠깐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됐다.
하지만 이 1600억원으로 이번 물류대란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지난 보름간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이 자금 지원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지연한 시간만큼 하역비 외에 추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류대란을 모두 해소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매출채권(화물운송료) 등을 선순위 담보로 잡고 5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한진해운에 대한 운영자금 지원이 아니며, 한진해운 물류 차질 문제에 대한 대응은 한진해운측 책임 아래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시가 급한 만큼 바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이번주 중으로 관련 승인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한공이 자금지원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조치 성격으로 한진그룹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전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산은까지 지원에 나서면서 한진그룹 등 대주주 지원액을 더해 최대 1600억원이 한진해운에 수혈된다. 한진그룹이 확보한 1000억원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내놓은 100억원 등 총 1100억원에 산은이 지원할 것으로 보이는 50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문제는 하역 지체로 필요자금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 1600억원으로는 물류대란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는 평가다.
앞서 법원은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한진해운이 추산한 1730억원을 근거로 산업은행에 긴급 자금 지원(DIP 파이낸싱·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이 지원 의사를 밝힌 후 대한항공의 이사회 결의가 보름간 지연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들을 하역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법원이 당초 예상했던 1700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여기에 소송 리스크도 큰 문제다. 화물 140억달러(16조원) 어치가 하역하지 못하고 해상에 떠 있는데 이 상황이 장기화 되면 화주와 용선주, 중소포워딩업체들의 손해배상청구 줄소송도 우려된다.
이들 채권자들이 선박 압류을 통한 국제소송에 잇따를 경우 법원이 해결해야 할 채권액 규모가 조 단위로 확대되면서 회생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정부가 하역비 문제는 한진그룹의 책임이라고 못 박고 있는 만큼 부족분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놓고 한진그룹 측과의 '치킨게임'이 다시 한 번 재현될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상황 타개를 위해 필요한 자금에는 못 미치지만 한진그룹에서는 추가 자금지원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물류대란 해소의 공이 다시 정부와 채권단으로 넘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감사까지 시작될 예정이라 정부 책임론이 거세게 일어날 텐데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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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