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3주째 들어서는 가운데 회생보다는 청산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어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회생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법원마저 청산을 언급하고 있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한진해운 뿐만 아니라 한진그룹의 여신이 은행권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검에 들어갔다. 채권은행들은 한진해운 파산에 대한 충당금은 쌓아놨지만 최대 8조원에 달하는 그룹 여신의 건전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법정관리가 결정된 한진해운의 파산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정상으로 한진해운의 운명은 오는 12월에 결정된다. 법원은 한진해운 채권자 집회를 12월9일로 연기하고,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12월23일로 잡았다.
법원 파산부에서는 해양수산부와 산업은행, 한진해운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 간담회를 소집,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암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개시 후 매일 늘어나는 용선료(선박 임대료) 등으로 빚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다 긴급 자금 지원이 안돼 화주들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 때문에 회생 가치가 줄어든다는 판단이다.
파산부에 따르면 화물 하역이 지체되면서 용선료와 연료비만 하루에 200만달러씩 채무가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법정관리 신청 이후 한진해운의 미지급 용선료가 이미 4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입장은 단호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의 파산만큼은 막아달라는 회사와 해운업계의 호소에도 한진해운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뒷받침 없이는 더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는 점을 못박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코엑스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창업·일자리 박람회'에서 "한진그룹측이 하루빨리 재원 마련 방법을 찾아, 그 재원을 토대로 하역에 필요한 일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에 한진그룹 계열사 여신 현황을 파악해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특히 여신을 신용과 담보로 구분해 꼼꼼히 살펴보고 담보 설정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을 요구한 상태다. 부채뿐만 아니라 현금 흐름, 매출·이익 추이 등을 전반적으로 보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한진그룹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물류사태 해소책을 마련하라는 압박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거라는 식의 기업 운영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진그룹을 겨냥해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재 400억원과 대한항공 600억원 등 총 1000억원 규모를 한진해운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아직까지 600억원을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에서도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한진그룹의 재무 상태와 건전성을 살펴보려는 차원의 모니터링"이라면서도 그룹이나 대주주의 지원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을 부정하지도 않고 있다.
한진그룹의 은행권 여신은 약 8조원에 달한다. 이중 한진해운이 3조5000억원을 차지하고 대한항공은 약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채권단 점검에서 담보설정이 제대로 안잡혀 있거나 특혜성 논란이 불거질 경우 추가 대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파산 신호가 커지는 만큼 금감원의 해명대로 한진그룹 전반과 금융권으로 부실이 번질 가능성을 점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어렵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은 물류대란이라는 급한 불부터 꺼야하니 정부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진그룹의 여신 현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그룹 지원을 압박하는 카드로 작용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더 이상 신규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당국의 기조로 볼때는 최악의 상황(한진해운 파산)을 대비하자는 맥락에서의 점검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신항 한진해운 신항만터미널 모습. <사진=뉴스1>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