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대국민 사과까지 나선 것은 법관 비리로 인한 사법신뢰 추락을 막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다. 거듭되는 비리와 비위로 리더십이 위험수위까지 이르렀다는 비판과 우려도 반영됐다. 오비이락 격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겹치면서 여론의 집중도가 반감했지만 사법신뢰 회복을 위한 나름대로의 결단과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10년 전 같은 이유로 국민 앞에 섰던 이용훈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비해 다소 밋밋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 대법원장은 2006년 8월16일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 법조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날 양 대법원장의 사과문 발표와는 달리 공중파로 생중계 됐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함께 전국 법관들에게 여러 주문을 했다. 그 중 하나가 ‘일부 법관의 일탈은 곧 법원 전체의 일탈’이라는 명제다. 양 대법원장은 "모든 법관들이 직무윤리 측면에서 상호 무한한 연대책임을 지고 있다"며 "동료 법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위기가 찾아 왔을 때 타인의 일처럼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특히 도덕성과 청렴성 회복에 대해 무게를 실었다. 이날 사과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과제다. 법관 비리 재발을 방지할 핵심요소로도 지목했다. 그는 전국 법원장들과 법관들에게 "청렴성에 관한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미래도, 법관의 명예도 없다"며 “청렴성을 깨는 일이 한 번이라도 법관 사회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한 눈으로 우리 내부를 꼼꼼히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가는 자칫 우리가 하는 재판의 정당성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립 기반 자체도 흔들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명확히 지적하지 않았다. 양 대법원장은 "오늘 회의가 사태의 전말을 정확하게 파악한 위에서 허심탄회한 토의를 통해 그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해 더 이상 법관의 도덕성에 관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내는데 법원장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목이 10년 전 당시 이 대법원장의 사과문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대법원장은 당시 사과문에서 "저는 이번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오늘날 국민이 느끼는 사법불신의 정도가 재판 본래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상황 인식을 하고 있었다"며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전관예우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고 재판결과가 청탁과 정실(사사로운 정이나 관계에 이끌리는 일)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현실에 대해 우리 법관들은 언론이나 재야 법조, 법원 주변에서 호가호위 하는 사람 때문에 생기거나 실제 이상으로 과장돼 있다고 항변해 왔지만 우리 법관 스스로가 사법 불신의 원인을 법원 밖으로 돌리면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그 방법을 찾는 일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이 법관비리 재발 방지책의 핵심요소로 ‘소통’을 꼽은 것도 양 대법원장과는 차이가 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불신의 주된 원인은 국민들이 법정이 아닌 판사실에서 법관들만에 의해 재판의 실체가 형성된다고 믿는데 따른 불안감과 의구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근본적으로 법관들이 법정에서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종래의 재판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개된 법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발견되고 적절한 판단이 도출되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사법 불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여러 사회현상은 더 이상 발붙일 여지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 대법원장이나 이 대법원장 모두 비리사건으로 실추된 법관들의 사기 진작과, 사법부 자체의 자정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왼쪽)과 이용훈 전 대법원장. 사진/뉴시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