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정운호 뒷돈’을 받은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되는 등 최근 법관들의 청렴성이 땅에 떨어진 것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했다. 조모 부장판사가 법조비리에 연루돼 2006년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10년만이다.
양 대법원장은 6일 오전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앞서 "사법부를 대표해 이 일로 인해 국민여러분께 끼친 심려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와 함께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고, 그 사람이 법관 조직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당혹감은 실로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작년에 이어 다시 이 같이 일이 거듭되어 법관 전체의 도덕성마저 의심의 눈길을 받게 됨으로써 명예로운 길을 걸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온 모든 법관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면서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크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국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상식을 벗어난 극히 일부 법관의 일탈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해서도 안 되고, 우리가 받은 충격과 상처만을 한탄하고 벗어나려 해서도 안 된다"며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일지언정 이 일이 법관 사회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로 먼저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고 깊은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특히 전국 모든 일선 법관들에 대해 "국민들이 인식하는 법원은 하나의 법원이기 때문에 어느 한 법관의 일탈행위로 인해 법원이 신뢰를 잃게 되면 그 영향으로 다른 법관의 명예도 저절로 실추되고 만다"며 "자기만은 신뢰와 존중을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억울하다는 생각에 잠겨 있을 수만 없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라며, "힘을 다해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고 법관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데 발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직무윤리에 있어 이완된 분위기가 법관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서로 격려하며 나아가야 한다"며 "법관 수가 3,000여 명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법원에서 고귀한 명예의식과 직업윤리에 관한 굳은 내부적 결속 없이는 앞으로 계속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법원장들에 대해 "법관이 헌법에 의해 철저한 신분보장을 받는 것은 법관이 자기 통제를 충실히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그에 대해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며 "모든 법관들이 함께 뜻을 모은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방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최근 구속된 인천지법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 사건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를 위해 소집됐으며, 법원장들은 이날 회의를 거쳐 법관의 법조비리 방지책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 청탁 등 명목으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총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정 전 대표로부터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사실상 무상으로 받고, 같은 시기 정 전대표와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면서 경비 상당부분을 부담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부장판사 뇌물수수 구속'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