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 중국계 간판들이 내걸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 이탈리아 명문 축구프로팀 인터밀란까지 중국계 자본에 흡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의 파급력을 다시금 입증시켰다. 중국 당국의 주출거전략(해외투자전략) 하에 기업들이 전 세계 산업계를 재편하며 ‘큰 손’으로 올연히 서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인수합병으로 단번에 시장점유율과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점이 주목받기도 한다. 최근 중국의 해외 인수·합병(M&A) 현황과 배경, 향후 전망까지 짚어본다.(편집자)
[뉴스토마토 어희재·권익도기자] ‘차이나머니’가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올해 중국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 규모를 넘어섰다. 제조업부터 금융, IT, 문화와 스포츠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계 자본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올 상반기 어떤 기업들에 눈독을 들였을까. 하반기 타깃은 어떤 기업이 될까.
올해 해외 M&A, 역대 최대 규모
올해 중국기업들의 해외 M&A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146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전체 규모인 1061억80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2014년 같은 기간의 규모(301억2600만달러)에 비해서도 3배나 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규모 면에서는 정부 지원을 업은 국영기업의 M&A가 두드러졌다. 포춘에 따르면 올해 가장 규모가 컸던 M&A는 중국화공집단공사가 스위스의 세계적인 농약업체 신젠타를 약 430억달러에 인수한 건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금력이 높아진 민영기업들도 해외 M&A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특히 과거 제조업과 인프라에 머물렀던 인수 분야도 올해는 과학기술, IT, 문화, 스포츠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됐다.
올해 주목할 만한 민간 기업의 M&A 사례로는 중국 하이난항공그룹이 미국 IT기업인 인그램마이크로를 63억달러에 인수한 건과 중국 하이얼과 메이디그룹이 각각 미국과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도시바의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 537억엔에 인수한 건이 대표적이다.
문화, 스포츠 분야에도 중국계 자본이 대거 밀려들었다.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인 완다그룹은 영화 인터스텔라, 쥬라기월드 등의 제작으로 유명한 레전더리픽쳐스를 35억달러에 인수했고 중국 텐센트는 슈퍼셀을 86억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최대 유통그룹인 쑤닝그룹은 2억7000만유로에 이탈리아 인터밀란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차이나미디어캐피털도 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의 지분 13%를 매입했다.
막대한 M&A 자금은 중국 주요 은행들로부터 마련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M&A 시장에서 중국 은행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0.9%에서 올해 4.4%로 늘어났다. 중국 중신은행은 화공그룹의 신젠타 인수건에 127억달러를 대출해줬다.
제이슨 린벡 HSBC 전략가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가 전 산업 범위에 걸쳐서 이뤄지고 있다”며 “M&A를 해외로의 사업 범위 확장을 위한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마틴 라우(왼쪽) 텐센트 대표와 일카 파나넨 슈퍼셀 최고경영자(CEO)가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슈퍼셀 홈페이지
계속되는 중국 큰 손들의 기업사냥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M&A 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그룹은 중국의 큰 손으로 알려진 푸싱그룹이다. 푸싱은 지난 6년간 해외에서 성사시킨 M&A 규모가 15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공격적인 해외 투자로 푸싱그룹은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재무구조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산 매각 계획을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푸싱의 기업사냥이 당분간 잠잠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푸싱그룹은 지난달 29일 인도의 제약기업 그랜드파마 지분 86%를 매입하기 위해 14억달러의 금액을 제시했다. 현재는 인도 외국인투자진흥위원회(FIPB)의 최종 승인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푸싱그룹은 한국 5위 보험사인 ING 생명 인수전의 예비입찰에도 참여한 상황이다. 이달 중순 본입찰을 앞둔 가운데 중국 타이핑 생명이 불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계 자본으로는 푸싱그룹과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NG생명이 중국 자본에 인수될 경우 740조원의 규모인 글로벌 생명보험시장 가운데 9.5%가 중국계 자본 비중이 된다고 말헀다.
또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물류 업계에도 중국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하이난항공그룹은 매물로 나온 싱가폴계 CWT로지스틱스를 인수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지난 5월 WSJ은 하이난그룹이 CWT 인수를 위해 10억달러를 지불할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으나 당시 두 기업은 답변을 피했다. WSJ은 독점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최종 인수발표만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글로벌 M&A 거래가 전년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나 그 안에서 독보적인 중국의 기업사냥은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글로벌 M&A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어희재·권익도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