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최근 아시아 신흥국 통화의 강세 랠리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 위안화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흥국 통화가 내년까지 약세를 띨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통화, 한 달간 급등세 지속
지난 2월말부터 한 달 동안 아시아 주요국 통화는 급등세를 보였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는 지난 한 달 동안 달러당 6.5126위안까지 올라 0.5% 정도의 가치가 상승했다. 위안화 가치 상승에 중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달러화에 비해 4.1%, 대만달러, 태국 바트화는 각각 2.28%, 0.96% 올랐다.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는 5.9%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의 반등과 함께 중국 양회, 보아오포럼 등 대형 이벤트가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6일 미 연준이 비둘기파적인 성명을 발표한 것도 아시아 외환시장에 추가적으로 안도감을 줬다. 연준은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기존 4차례 대신 총 2차례로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달러화 강세에 제동이 걸렸다.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가치는 일제히 상승 랠리를 펼쳤다.
‘G2’ 리스크에 랠리 꺾인 아시아 통화
하지만 랠리 현상은 지난주 미국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인 발언과 함께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지난 21일엔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연은) 총재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4월 금리 인상론을 주장했고 25일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매파적인 발언에 가세했다.
이에 지난 22일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3주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위안화의 변동성이 커지자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도 줄줄이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신흥국 통화가치 추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JP모건 이머징 통화 인덱스는 지난주에만 약 1%가량이 하락했다.
가스 탈자드 영국 슈로더의 상품총괄팀장은 “이번 달 미국이 금리인상 계획을 미뤘지만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고 이에 달러화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신흥 시장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켄 후 인베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시아에서는 인민은행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아시아 자산에 투자할 때 미국 연준보다 중국 경제 전망에 더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WSJ은 최근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통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지난달 자국 화폐 가치가 강세를 보이자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인하할 적기로 판단했다. 이달 초 뉴질랜드와 인도네시아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지난 21일 대만 중앙은행도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한 외환 트레이더가 도쿄의 외환거래소에서 모니터로 환율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AP
‘랠리’ 끝났다? 커지는 회의론
대다수 글로벌 금융기관은 아시아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
미 채권투자회사인 핌코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나 자본통제로 갑작스러운 절하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지만 올해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에 비해 7%가량 하락할 것이라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위안·달러 환율 전망치를 내년 말 6.3위안에서 6.5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 도이치뱅크는 올해 말 위안화가 달러 당 7위안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약세 전망은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가시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콤손 프라코폴 티스코파이낸셜그룹 전략가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될 때마다 달러 강세가 이어져 신흥국의 통화 약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난 리우 도이치뱅크 전략가는 “중국이 올해 여러 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위안화 가치가 최대 10%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바클레이즈 전략가들은 “2분기(4~6월)에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계속 보일지 의심스럽다”며 “신흥국 외환시장의 랠리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