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금고 물량이 동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당초 경기를 진작시키려던 당국의 의도와 정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BOJ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 18일
의회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BOJ가 지난달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 개인들의 현금 선호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대표 금고제작 업체인 쉬마츠는 지난 한 주 동안 금고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5배 가량 증가했다. 또 700달러짜리 금고의 재고는 모두 동이 났다.
시모가와 마리코 쉬마츠의 매장 직원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시되면서 연령이 높은 투자자들이 현금을 집에 보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현금 선호도는 높아지는데 비해 예금이나 투자 상품에 대한 기피 현상은 늘고 있다. BOJ의 정책에 시중은행들도 줄줄이 예금금리를 인하 하거나 투자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미토모 미츠이은행은 예금 금리를 연 0.02%에서 연 0.001%로 내렸고 시즈오카은행은 정기예금 상품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또 일부 생명보험사 등 금융기관은 국채의 매입을 늘리고 있다. 이에 국채 가격은 오르고 국채 금리(국채 수익률)는 떨어지고 있다. 이날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 0.005% 내외에서 거래됐다.
리차드 카츠 오리엔털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장은 “BOJ의 이론대로라면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크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야 하지만 오히려 현금을 모으는 반대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 결정자들도 최근 금고 수요 급증 현상을 거론하며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날 스즈키 카츠마사 민주당 의원은 “금고 인기가 늘어나는 것은 국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도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시작부터 효과가 제한적일 거란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던 것”이라며 “시중에 풀린 돈은 많지만 수요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