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우리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엄마에게 통장에 저축을 하고 싶다고 하였는데, 핸드폰도 중고폰 말고 새것으로 갖고 싶다고 하였는데 ‘엄마와 아빠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 저축을 못하고 핸드폰도 새것으로는 개통을 못해. 미안해’라고 하셨어요. 빚 때문에 그런 줄은 몰랐습니다. 엄마께서 우리를 키우는데 힘들어하지 않게 판사님께서 도와주세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선처를 호소한 글이다. 다행히 이 가족은 금융복지상담센터의 도움으로 파산면책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어린아이가 채권추심으로 고통 받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추심하지 못하게 하고, 거래 또한 금지하도록 하는 입법안이 정치권에서 추진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가계부채특별위원회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죽은채권 부활금지법’이다.
새정치연합 박병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채권의 추심은 물론 매매도 금지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채권추심자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해 추심하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존재하지 않은 채권을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어길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병석 의원은 이날 “소멸시효가 완성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완성된 채권을 추심회사에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러면 그 추심회사는 그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채를 가지고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법률지식이 없거나 그 시효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또 다시 돈을 갚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을 추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그 전 단계로서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을 매매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라며 “부모의 빚을 어려서 떠안고 죽을 때까지, 우리 아이들이 무덤까지 빚을 지게되는 그러한 모순. 그리고 평생 빚에 쫓기는 그런 모순을 시정하기 위해서 이 법이 발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민법, 상법 등의 규정에 의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채권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잘 알지 못하거나 법률지식이 없을 이용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으로 채권추심을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연합 가계부채특위는 “주빌리은행과 함께 1년 동안 1조원의 부실채권을 탕감할 것이고, 죽은채권 부활금지법을 비롯한 7대 입법과제와 4대정책목표 실현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새정치연합 가계부채특별위원회 고문인 박병석 의원을 대표로 정청래, 정세균, 최재성, 민병두 의원 등 24명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가계부채특위 위원장이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죽은채권 부활금지법’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