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가 안 되어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 다음 내 역할은 없다. 세 번의 죽을 고비가 내 앞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8 전당대회 당시 언급했던 두 번째 고비를 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내년 총선을 지휘할 당 지도체제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공식 제안한 것이다. 이는 문 대표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때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 강연에서 “혁신과 단합을 함께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저 혼자서 해내는 것은 벅차다”며 “저는 지난번 전당대회 때부터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이 함께 해야 한다고 해왔다. 그것이 문·안·박 연대”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문 대표와 안 의원, 박 시장이 공동지도체제를 구성하고 선대위, 선거기획단 구성 등 당 대표의 권한을 나누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최근 새정치연합 내에서 현 문재인 대표 체제 만으로는 총선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나온 대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 대표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현재 새정치연합 내 상황은 곳곳이 ‘가시밭길’이다. 문·안·박 공동지도부가 현 최고위원회를 대체하도록 하자는 제안에 기존 최고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작 당원이 뽑은 최고위원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오영식 최고위원도 “권한을 나누는 건 또 다른 지분·권력 나누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박지원 의원은 ‘국면 전환용’이자, ‘시간 벌기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실현 불가능한 해법을 가지고 오히려 혼란과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병호 의원도 “앞으로는 당을 통합해 모든 분과 같이 지혜를 모으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기를 바랐는데 아직도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대국민 홍보용’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문 대표 제안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도 점차 엿보이고 있다. 당내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3인 공동체제를 성사시키려는 지지 움직임이 물밑에서 일어났다. 김성곤 의원은 19일 3선 이상 중진 의원 10여 명의 동의를 받아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문·안·박 체제’를 환영하고, 안 의원은 문 대표의 제안을 수락해 당내 통합을 이뤄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 의원은 “큰 틀에서 문·안이 먼저 협력하는 것이 당 통합의 제일 초석”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키는 안 의원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시장도 이날 문 대표와 협의를 통해 ‘당의 혁신과 통합을 이루자’고 제안한 문 대표의 취지에 공감을 표했고 현직 서울시장임을 감안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박 시장이 전면에 나설 수는 없지만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에 ‘문·안·박 연대’의 실현 여부는 안 의원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현재 안 의원은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며 답변을 유보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측근들과 의견을 정리하고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비대위 체제에서 문 대표와 안 의원이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 지도체제에서 공동지도체제로 가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다. 비대위체제로 전환해 문·안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더 넓혀보자는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안 의원이 (문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현 지도체제를 두고 공동체제로 하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현 지도부가 사퇴를 하고 비대위체제로 간다면 (문·안이 함께 가는 것을) 생각해 볼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