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품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렇다 할 브레이크도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데다 중국 경기 또한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락하는 원자재 가격
11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22개 주요 원자재를 모아놓은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이날 83.7479까지 떨어졌다. 올해 7월까지 100선을 유지하던 지수는 8월부터 90수준으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날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값이 눈에 띈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은 온스 당 3.60달러(0.33%) 내린 1084.9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5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백금 가격 역시 1.82% 내린 883.10달러였다. 지난 2008년 12월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은 가격은 0.7% 내린 14.26달러, 팔라듐 가격 역시 3.48% 내린 577달러를 기록했다.
전 세계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인 구리 가격도 이날 크게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은 파운드 당 0.002% 내린 2.2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며 최근 6개월 사이 최저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역시 1.28달러(2.9%) 내린 42.93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43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8월27일 이후 처음이다. ICE유럽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도 1.63달러(3.44%) 내린 45.81달러를 기록했다.
◇ 달러 강세·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원인
최근 미국의 달러 강세와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렸다. 금 가격의 경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됐다. 최근 연준은 올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이에 달러의 상대 가치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 달러 표시 자산인 금은 이자가 붙는 채권과 달리 안전자산의 성격이 짙어 달러 가치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금 시세정보업체인 킷코의 짐 와이코프 수석 분석가는 “금 시장이 12월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영향을 극심하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원자재 부문 전략가들 역시 “금 외에 은 가격 역시 2009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높아지는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가 금, 은 시장 모두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리와 알루미늄, 니켈 등 비철금속의 경우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수출, 물가, 산업생산 지표도 모두 연달아 부진하게 나오면서 가격하락을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아담 윌리엄스 금속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패스트마켓츠의 리서치 부문 팀장은 “활기가 없었던 중국 당국이 최근 발표한 지표들이 비철금속과 금속 등 원자재 가격을 끌어 내렸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가의 경우는 미국석유협회(API)의 원유 재고량 증가 소식에 영향을 받았다. 전날 장 마감 후 API는 11월6일로 끝난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가 630만배럴 증가한 4억861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00만배럴 증가를 예상했던 전문가 예상을 6배나 웃도는 수치였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찍은 금 사진. 사진/뉴시스
◇ 미·중 우려 해소 전까지 가격 약세 지속될 듯
미국, 중국 발 우려가 끝나기 전까지 원자재 가격이 부진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캐나다에서 규모 4위인 뱅크오브몬트리올(BMO)은 이날 향후 원자재 가격이 향후 3년 동안 현재의 낮은 수준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제시카 펑 BMO 캐피털 마케츠의 원자재 부문 전략가는 “최근 발표된 중국 지표가 경착륙을 분명하게 암시하고 있으며 이에 글로벌 성장 모형이 V커브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금속,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BMO는 우라늄의 경우 현재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태기 때문에 2018년까지 파운드 당 6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국제 유가의 경우 공급 과잉 사태가 지속되면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짐 리터부시 리터부시앤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WTI가 8월 최저치였던 37.75달러 선까지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