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NPL) 투자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에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부여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이번 작업이 완료되면 유암코가 그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인 한계기업(좀비기업)을 정리하는데 큰 공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국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유암코는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총괄하는 구조조정본부장에 나종선 우리은행 송탄지점장을 선임했다. 나 지점장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은행의 삼성계열구조조정팀에서 기업 구조조정업무을 수행하는 등 이 분야의 전문가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유암코 확대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확대 개편안에는 기존 부사장직을 없애고 구조조정자문위원 3명을 새로 두는 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기존 유암코의 부사장은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입찰 영업 특성상 CMO 기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다. 이사회에서 주주은행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주주은행은 해당 분야에 경영 겅험이 풍부한 후보를 추천하게 된다. 향후 사외이사는 리스크관리 위원회와 보상위원회로 구분해 운용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자문위원회 3명, 사외이사 4명 총 7명은 주주은행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다. 감사(3년)를 제외하고 임기는 2년이 유력하다.
상환우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수정하는 안도 추진된다. 일시적 위기에 따른 조달 불가로 증자를 할 경우 감자 외 과잉자본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환우선주는 우선주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기간이 만료되면 발행 회사에서 다시 사서 소각하기 때문에 과잉자본 감소효과가 있다.
이울러 기존 주주인 우리·농협의 출자를 확대하고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신규 진입으로 자본금을 1조25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기존 주주 8곳의 대출약정 규모가 2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유암코는 최대 3조2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당국이 설립하려했던 민간 구조조정 전문회사(3조원)보다도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금융위의 주무부서도 권한이 강화됐다. 최근 금융위는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에게 맡겼다. 기존에는 이보다 낮은 구조개선정책관이 업무를 담당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암코 확대개편안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며 "이번 개편안이 마련되면 좀비기업 등 기존 국책은행의 무분별한 지원을 솎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당국의 주도로 개편안이 마련된 만큼 '보여주기식 행정'과 정권 교체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도 우려된다. 금융위는 최근 시중은행들의 대출약정 규모를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높일 것을 권유했다. 이에 따라 8개 참여 은행 중 관련 법상 대출을 할 수 없는 수출입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7개 은행이 각각 떠안아야 하는 대출규모는 1400억~15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대상 기업을 추린 기업 리스트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으로 하여금 1호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찾는데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있다"며 "당장 성과를 내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구조조정 업무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