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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여자들을 위한 감성에세이집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입력 : 2015-08-06 오후 3:06:36
2004년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로 여성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남인숙 작가가 불안하고, 두렵고, 외로운 여자들을 위한 에세이집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남인숙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로 돌아왔다. 
 
여성의 심리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온 남 작가가 이번 책의 소재로 삼은 것은 신비한 능력을 지닌 구두다. 12센티미터짜리 아찔한 명품 하이힐을 통해 여자들의 숨은 욕망과 아픔을 읽어낸다는 게 이 책의 콘셉트다. 값비싼 명품 구두들이 인터넷 중고 장터를 통해, 또 지인을 통해 돌고 도는 현실은 이 글의 형식으로써 반영된다.
 
책의 화자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바로 이 구두다. 예쁘지만 비실용적이어서 주로 집안에 처박혀 있는 덕분에 구두는 주인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듣게 된다. 힘겹게 서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회 초년생, 결혼을 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은 남자와 오랜 연애를 이어가는 간호사, 이른 나이에 결혼해 남편의 눈으로만 모든 걸 바라보게 된 주부, 결혼은 하고 싶지만 라이프 스타일을 양보하고 싶지는 않은 공무원, 원하는 바를 욕망하는 방법조차 잊은 아이 엄마, 상처 받은 은둔형 외톨이, 일에만 매달리는 커리어 우먼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각양각색의 이유로 이 하이힐을 욕망한다.
 
구두는 주인들에게 리즈, 비비안, 올리비아, 마릴린, 그레이스, 오드리, 소피아 등 유명 여배우들의 이름을 붙여가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주인들을 감싼다. 구두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보듬어주면서 여자들의 갈 길을 자신도 모르게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책은 자기자신을 잃어버린 여자들이 자기 마음 속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점차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담는다. 구두를 화자로 내세운 덕분에 약간은 소설 같은 느낌을 자아내지만 구성은 단순하다. 말랑말랑한 감성으로 쓰인 까닭에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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