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된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3급) 이모씨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용빈) 심리로 23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씨의 변호인은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남 사이버 심리전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결단에 따라 수행을 지시한 것이며 정치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안보를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했고 위법을 행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며 "누군가 형사책임을 져야한다면 피고인이 마땅히 나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최종 책임자들 보다 지나치게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고 호소했다.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피고인의 직속상관인) 연제욱, 옥도경 등 사이버사령관은 물론 530단 소속 대원들이 공모한 것"이라며 "증거인멸 실제 행위자인 이모씨, 한모씨 등이 공범자인 이상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을 교사한 피고인은 무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자국민이 사상적으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남심리전을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인지, 아니면 가능은 하지만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위법인지를 먼저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문했다.
이어 "검찰은 스스로 530단 전원이 공모한 것으로 기재했음에도 530단 소속인 이씨와 한씨는 기소하지 않고 피의자 신분이 된 적 없이 참고인 조사만 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증거인멸교사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이 이들이 정치관여죄의 공범이라는 증거를 찾아오라"고 요청했다. 또 "만약 피고인의 증거인멸 혐의가 무죄라면 정치관여죄는 금고 2년 이하의 형에 해당하는 죄"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또 "모든 군인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 적으로 박탈하도록 규정한 군형법 94조는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아울러 이씨에 대한 보석도 청구했다.
이씨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530단) 대원 전원에게 인터넷에 특정 정당에 유리한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배하고 조직적으로 정치에 관여했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같은해 10월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자 노트북 9대의 초기화를 지시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인정했다.
앞서 2013년 군 검찰은 이씨를 군 형법상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10여명에 대해 정치관여 혐의를 적용했다. 고등군사법원은 지난해 1월 이씨의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했다.
이씨의 당시 직속상관 사이버사령관 2명은 지난해 말 군사법원에서 집행유예와 선고유예를 각 선고 받았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서울법원종합청사 / 사진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