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봐도 기인의 풍모가 엿보인다. 까만 피부에 건강한 체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야인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김광태 (주)미디어엔메세 대표(사진)는 자기 일에 몰두하는 사람 특유의 기운을 온몸으로 내뿜는 사람이다.
지난 17일 저녁, 속초 영랑호 앞 신세계 영랑호리조트에는 약 3000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김 대표가 박칼린 감독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작업해온 하이퍼파사드쇼 <더 블루>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공연의 제목에 푸른 빛깔 재킷을 입고 나타나 관객 앞에서 공연을 소개하는 김 대표의 표정에서는 긴장과 들뜸이 함께 했다.
하이퍼파사드(hyper facade)란 건물 외벽을 디스플레이로 사용하는 미디어파사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건물 외벽에 3D 효과를 내는 기법을 말한다. 이번 <더 블루> 공연을 위해 파사드 공연의 선두주자인 미디어엔메세의 김광태 대표가 기획 및 총 감독을, 대형공연을 주특기로 하는 박칼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대표는 주저하는 박칼린 감독을 "오늘 시작해도 늦다"면서 열성적으로 꼬드겼다고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직 완벽한 단계는 아니라지만 관객석에서는 감탄이 터져나왔다. 김 대표는 앞으로 박칼린 감독과 함께 퍼포먼스와 미디어가 어우러진 이 공연을 수정, 보완해 8월 23일까지 37일간 선보이는 한편 한국은 물론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작품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승부를 던져야 성공한다"는 대표를 만나 <더 블루>의 제작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제공=미디어엔메세)
-<더 블루> 공연을 올리게 된 소감은.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메르스를 피해갔다. 메르스 때문에 강원도지사, 속초시장 모두 '정말 이 공연 올릴 거냐'고 이야기했었다. '하겠다'고 했다. '제2의 메르스가 와도 간다'고 했다. 메르스 다음에는 찬홈이라는 태풍이 왔다. 사실 이곳에서는 50년 된 아카시아 나무가 바람에 날라가기도 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준비한 것은 어느 물품 하나 훼손된 게 없었다. 그런 태풍도 다 피해나간 작품이다(웃음).
-어떤 연유로 박칼린 감독과 작업하게 됐는지.
연출가인 박칼린 감독은 정말 재능이 많고 책임감의 전형인 사람이고... 어떤 수식어를 갖다대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열정이 있다. 박칼린 감독과 2011년 에버랜드에서 작품을 함께 할 당시부터 파사드 공연 작품을 한 번 해보자고 얘기했었다. 그 때만 해도 꿈 같은 이야기였다. 오늘 같은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내가 많이 꼬시고 졸랐다. 사실은 차로 납치하다시피 해서 공연에 대해 계속 설명하고 그랬다(웃음). 될 때까지 졸랐다. 박칼린 감독을 사랑한다(웃음).
-하이퍼파사드는 주로 기업 마케팅에 단발적으로 활용되곤 한다. 어떻게 공연으로 만들 생각을 하게 됐나.
이렇게 되기까지의 밑거름이 있었다. (주)미디어엔메세를 창립한지 14년 됐다. 그때도 파사드 작업을 했다. 당시만 해도 영상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때는 기술이 부족했었는데 지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괜찮을 만한 기술력을 갖췄고 시스템도 보강됐다.
미디어파사드를 2011년에 처음으로 해외 수출했다. 일본 나가사키현에 있는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에 수출했는데 그후 5년이 지나도록 내용을 수정하는 것 하나 없이 그대로 틀어주고 있다. TV에서도 많이 방영됐다. 2013년 일본 미디어 파사드 시장에서 '넘버 원'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걸 계기로 오사카성 3D 맵핑쇼 작업도 하게 됐고, 국내에서는 박칼린 감독과 함께 에버랜드 작업도 하게 됐다. 그 후 경복궁 궁중문화축전에서 미디어 파사드 작업도 했다. 그런 것들이 밑거름 역할을 하면서 우리한테 좋은 씨앗이 됐다. 이번 <더 블루>는 그런 토대들을 바탕으로 삼아 상당히 공을 많이 들여 만든 작품이다.
-(주)미디어엔메세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다. 미디어(매체)에 관한 모든 것을 거의 다 한다. 그 중에서도 파사드가 주력이다. 박칼린 감독을 만나면서 파사드 공연도 하게 됐다. 그 전에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등 성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왔다. '우리에게 이런 기술이 있으니 유능한 연출가를 모시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 싶었다. 박칼린 감독의 경우 남들이 하는 것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원칙을 탈피하고, 깨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점이 나와 비슷하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이 작품도 그런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승부를 던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어떤 인력들로 구성돼 있는지.
직원이 다 합쳐서 42명 정도 된다. 25명 가량이 기술파트이고 나머지가 R&D, 기획, 디자인 등을 나눠 맡고 있다.
-(주)미디어엔메세의 기술적인 수준은 현재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
미디어라는 기술은 앞으로도 진보할 수 있는 기술이고 사실 변화무쌍하다. 기술 그 자체보다는 어떤 피사체에 그 기술을 사용하느냐, 어떤 건물을 사용할까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피사체가 어려울수록 더 난이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술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강원도 속초를 배경으로 택한 이유는.
<더 블루> 공연을 위한 장소 헌팅을 하러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영랑호만큼 좋은 곳이 없다. 박수동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 총지배인도 너무 협조적이었다. 신세계 측부터 속초시장까지 일사천리로 정리되고, 결재되는 시간도 짧고(웃음). 건물로 봐도 너무 아름답다. 또 영랑호리조트 주변도 폐쇄적이어서 돈 벌기 좋은 장소이고… 죄송하다(웃음). 최소한 2000~3000명이 봐주셔야 하기에 이런 건물을 찾고 있었다.
-'블루'라는 청룡의 모험기가 공연 내용의 주를 이룬다. 그런데 줄거리 면에서 볼 때 아직 미약한 측면이 눈에 띄기도 한다. 그게 표현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특히 중간 이후 부분이 좀 약한 것 같은데.
후반 이후 반복되는 부분들이 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길이도 긴 편이다. 길이를 줄이고 다른 내용을 보강해서 갈 생각이다. 계속 박칼린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시간이다. 마감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다. 돈 문제도 있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로서는 이 콘텐츠의 완성도가 사실 좀 떨어지는 게 있다. 계속해서 자꾸 변화를 줘야 한다. 현재도 물론 좋지만 관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끔 만들 것이다.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주)미디어엔메세의 지사가 현재 일본과 중국에 있다. 앞으로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에서도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관객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초·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주로 보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끄럽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많이 와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