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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우경 "마술피리는 가장 자신 있는 작품"
세계 무대서 활약하는 테너 김우경, 15일부터 예술의전당 <마술피리> 무대 올라
입력 : 2015-07-15 오후 3:33:4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예술의전당이 가장 많이 제작한 오페라로 꼽힌다. 지난 2001년부터 총 9차례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며 예술의전당의 대표적인 가족 오페라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 예술의전당 <마술피리>는 좀더 넓은 오페라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제작돼 15일부터 19일까지 공연된다. 
 
'밤의 여왕' 아리아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 <마술피리>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마지막 오페라곡이다. 연극처럼 중간중간 대사가 등장하는 징슈필 곡으로, 애초에는 서민들을 위한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품위 있는 타미노와 파미나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사랑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파미나의 어머니인 '밤의 여왕'과 타미노의 후견인인 성주 자라스트로가 대결을 벌인다는 게 주된 틀거리다.
 
이번 공연은 임헌정 지휘자의 지휘 아래 테너 김우경, 베이스 전승현 등 그간 세계무대에서 주로 활약해온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중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남자 주인공 타미노 역을 맡은 테너 김우경을 만나 한국 무대에 오르는 소감에 대해 들어봤다.
 
테너 김우경(사진제공=예술의전당)
  
-콘서트 이후 오랜만에 고국무대에 선다. 연습은 즐겁게 잘 진행됐나?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은 원래 괴롭다(웃음).
 
-세계 무대에 서는 것 외에 한양대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외국 활동과 어떻게 병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5월 중순 한국에 왔다가 6월 초에 다시 독일에 가서 공연을 하고 20일 정도 있다가 또 한국에 오고... 계속 왔다갔다 하고 있다. 공연을 하나 마치고 나면 시간이 1~2주일 빈다. 그러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학교에 가서 강연하고, 또 다음 스케줄이 있으면 출국 전날까지 가르치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는 식의 스케줄이다. 2012년부터 강의를 했는데 사실상 체력적으로는 굉장히 많이 힘들다. 이게 서울 부산 간 거리도 아니고... 사실 쉬운 일은 아닌데 학생들이 제 제자이면서 동시에 후배이기도 하다보니 애틋함과 보람이 있긴 하다.
 
-학창시절에 연습을 지독하게 했다고 들었다.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는 언제부터인가.
 
입시 때 가곡을 부르면 고음 A까지 나야 하는데 사실 나는 F#도 잘 안 났었다. 그러던 중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굉장한 노력을 해서 2학년 1학기 때부터 조금씩 고음을 자유롭게 내게 됐다. 3학년 때는 합주 오페라로 <돈조반니>를 국립극장의 큰 무대에서 공연했는데 스스로 속이 다 시원하게끔 고음이 소화되더라. 노래와 발성에 대한 느낌이 좋아지던 중에 4학년 1학기 3월달에 중앙콩쿠르에서 1등을 했고, 외국에도 유학을 가게 됐다.
 
뮌헨 바이에른 오페라극장에 들어간 이후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와 <라보엠>의 아주 작은 단역부터 맡았다. 2003년에 드레스덴 오페라극장의 주역이 됐는데 그때도 베르디의 초기 작품 아니면 도니제티 작품 같은 작은 작품부터 해서 조금씩 레퍼토리를 늘려갔다. 어떻게 보면 바닥부터 다 긴 거다. 완전 정규과정을 밟았달까(웃음). 덕분에 극장 커리어 교육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작은 역부터 큰 역까지 다양하게 맡아본 경험이 현재 무대에서 연기 앙상블을 만드는 데 있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맞다. 탁하고 돌아서 눈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연기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사람들이 주로 그런데 그들만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연기하는 문화가 없다. 항상 사람들 앞에서 수줍어 하고 예의바르게 하는데 외국 사람들은 그냥 멋있게 쳐다만 봐도 연기가 된다. 손짓 하나만으로, 눈빛 하나만으로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데 나도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노력도 많이 했다.
 
어차피 우리는 동양 사람이고 문화권도 동양이고 해서 사실 서양의 오페라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안 맞는 일일 수 밖에 없다. 잘 맞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다 보니 그들보다 특출나지 않으면 안된다. 서양 음악이 발생한 곳에서 한국인이 노래를 하려면 그만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연기, 노래, 뭐든 잘해야 한다. 
 
-독일어 발음을 굉장히 정확히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훈련은 어떻게 했나?
 
드레스덴 오페라극장에 2003년 들어갔는데 2004년에 <마술피리>를 하게 됐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독일 사람 중에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곡이다. 발음이 그만큼 중요한 작품이다. 극장에서 언어 코치를 두 달 간 붙여줘서 그때 언어만 공부했다. 그런데 이 강습 코치가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어서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됐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어차피 과장되게 표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과장하기 전에 언어 교육을 먼저 제대로 받고 나니 훨씬 더 제대로 정확하게 노래하게 됐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독일의 한 신문에 내가 <마술피리>를 공연하는 사진이 나오고 '독일 교육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 난 적 있다. '오늘 마적을 봤다. 아무개 테너가 하는데 대화고 노래고 받아적을 수 있을 정도로 잘 들리더라. 한국 사람이 하면 들리고 독일 사람들이 하면 안 들린다. 얘는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아서 그렇고, 독일 사람들은 또 왜 그런 거냐.'라는 내용이었다. 나한테는 굉장히 큰 칭찬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노래는 독일어로 하지만 대사는 한국어로 하는데... 난 한국어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일상적으로 말하듯이 하면서도 2000석을 울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이렇게 많은 한국사람들과 오페라를 하는 게 처음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모든 게 새롭고 기대된다.
 
-공연을 볼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마술피리>는 내가 가장 많이 공연했던 작품 중 하나다. 그만큼 자신 있는 작품이다. 잘 준비해서 좋은 기량의 소리와 연기로 찾아뵙겠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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