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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향한 관심은 '일시적 현상'
'위' 아닌 '아래'에서의 저변 확대 필요
입력 : 2015-06-24 오전 6:00:00
캐나다 월드컵에서 여자축구대표팀의 경기는 감동적이었다. 선수들 모두 운동장에서 가진 전부를 쏟아냈다. 골키퍼 김정미는 광대뼈 주위가 부풀어 올라도 연신 공을 막아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런 그의 선방에 대해 'Brave Jungmi(용감한 정미)'라고 치켜세웠다. 그만큼 지난 22일 맞붙은 프랑스와 16강전은 0-3 패배를 떠나 한국 여자축구가 본격적인 과도기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날이었다.
 
돌이켜보면 16강 진출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굳이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여자축구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4월에서야 러시아와 2차례의 국내 평가전(인천·대전)을 치렀다. 1998년 일본전 이후 17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대표팀 경기였다. 월드컵 출정식에서 선수들이 낯선 관심에 눈물을 흘린 것은 '감성팔이'가 아니었다.
 
이제 이 모든 것들은 '기적'이란 단어로 포장돼 일정 기간 여자축구 전체를 중심부로 올려둘 것이다. 벌써부터 "평가전이 많아져야 한다", "여자축구 경기를 많이 찾자"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봐서 지금의 따뜻함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잠시 후면 여자축구는 다시 변방으로 밀려 4년 뒤 프랑스 월드컵을 걱정해야 하는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와 스포츠의 역사를 돌아보면 분명해진다. 예를 들면 남자 축구대표팀이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이룬 직후 K리그가 엄청난 언론의 관심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 축구의 시작점이 K리그니 전폭적인 관심을 쏟자고 외치던 시기였다. 그러나 여전히 방송 중계 문제부터 삐걱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여자축구는 더욱 뿌리가 약하다. 프로 무대인 WK리그에 대한 무관심을 제쳐놓고 대학까지의 선수 수만 따져 봐도 1437명에 불과하다. 축구계가 뿌리를 단단히 하지 못한 채 '프로'라는 허울만 만들어둔 셈이다.
 
여자축구의 근간부터 서서히 바꿔야 한다. 16강 진출을 맛본 '1세대'들의 인식전환이 필수다. 이들부터 생활 속 여자축구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면 한다. 처음부터 선수가 되기 원해서 축구를 접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니 잘해서 프로 선수까지 올라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 다른 나라들처럼 여자아이들이 공 차는 게 어색하지 않은 문화가 돼야 한다. 그래야 대표팀 선수에게 신기한 눈빛을 하며 "어쩌다 축구를 하게 됐어요" 따위의 질문이 사라진다.
 
임정혁 스포츠 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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