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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자본주의 세계부터 연극계까지..세상의 모든 권력에 날리는 돌직구
입력 : 2015-06-22 오전 9:42:45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시기에 맞춰 국립극단은 '해방과 구속'이라는 주제로 일련의 연극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6월에는 독일의 작가 니스 몸 스토카만과 연출가 알렉시스 부흐와 공동작업해 만든 연극 <더 파워(The Power)>를 진행 중입니다.
 
권력 혹은 힘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제목에서 짐작 가능하듯 '해방'보다는 '구속'에 방점이 찍힌 작품입니다. 작가는 작품 집필을 위해 한국에 체류하면서 오늘날 최고 권력인 자본에 대한 풍자를 담아냈는데요. 작품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성곽', '타워', '구름' 등의 제목이 붙은 3개 부, 그리고 에필로그가 합쳐진 형태입니다.
 
먼저 '성곽'에서는 초록군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들은 망루에서 적군의 동태를 살피지만 시력이 좋지 않아 실패합니다. 시력이 좋은 다른 보초병을 데려와 살펴봐도 적군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데요. 장군은 전쟁이 없으면 급여도 소비도 없다는 논리 하에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두번째 부 '타워'는 다국적 보험회사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합니다. 리브랜딩 아이디어 회의가 한창인데요.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집단의 소비행태를 반영하자는 여직원들과 전통적인 섹스 어필 광고를 주장하는 팀장 마르셀이 대립합니다.
 
(사진제공=국립극단)
 
3부 '구름'에서는 피곤에 지친 '나(작가의 분신 역할도 겸합니다)'가 지하철에서 노숙자를 만나 대화합니다. 동료 M에 대한 질투에 사로잡혀 그를 흠씬 두들겨 주는 꿈을 꾸기도 하는 '나'에게 노숙자는 '적당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집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앞서 '타워'에 등장한 바 있던 말단 사원이 다시 나오는데요. 이 자는 '긴급상황에 열어볼 것'이라 적힌 편지의 발신인을 찾아다니다 실패하고 결국 집으로 돌아온 상태입니다. 그런데 집에 모인 어머니의 손님들은 말단 사원의 고민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회비판', '연기중단', '즉흥연기', '다큐멘터리 연극' 등 네 가지 선택지를 놓고 격렬한 토론을 벌입니다.
 
정치와 일상의 삶에까지 깊게 파고든 자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각 장을 전개하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런 현실을 외면한 채 예술적 양식에 대한 탁상공론만 펼치는 기성 연극계에 대한 비판까지 담아낸 점은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희곡의 내용이 설득력 있게 전개되는 데는 실패한 듯합니다. 현실과 연극 사이를 넘나든다는 설정도 그다지 힘을 받지 못합니다. 배우의 연기도 그렇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연출입니다. 망루, 타워, 구름 등 희곡에 언급된 수직적인 이미지들을 연결해내 각 부 사이에 최소한의 통일성을 만들어 내며 '자본과 연극계의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4월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이 통합하면서 <더 파워>는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국립극단의 첫 자체제작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는데요. 중요한 시기에 나온 작품인지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공연명: <더 파워(The Power)>
-시간·장소: 2015년 6월 5일~21일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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