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라는 단어, 이제 한국인에게도 제법 익숙한 단어입니다. 우리말로 '은둔형 외톨이'로 번역되는 이 말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아무하고도 소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일본에서는 버블경제가 정점을 찍고 추락한 이후 정규직이나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했지요. 히키코모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입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히키코모리 문화가 전반적으로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의욕을 잃은 젊은이들의 모습은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삼포세대, 88만원세대 같은 단어들이 번갈아 유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히키코모리 문제를 다룬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는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한국사회와 아주 무관하지는 않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 극작가 이와이 히데토가 쓴 이 작품은 현재 두산아트센터에서 박근형 연출가의 연출로 공연 중입니다. 사실 이 전에도 히키코모리를 소재로 한 일본 연극이 꽤 소개됐었지요. 사카테 요지의 '다락방', 히라타 오리자의 '잠 못 드는 밤은 없다'가 대표적인데요.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같은 경우는 작가 이와이 히데토의 자기 고백적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작가는 16살부터 20살까지 히키코모리로 살았던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작품은 히키코모리였던 토미오(최광일 분)가 히키코모리 출장 상담원이 돼 다양한 히키코모리와 그 가족들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토미오는 동료 쿠로키(강지은 분)와 함께 의뢰인 카나코(황정민 분)와 키요시(윤상화 분)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토미오는 방문 상담 중 히키코모리 타로(김동원 분)에게 폭행까지 당하지만 끈질기게 상담을 계속합니다. 이 밖에 다른 히키코모리인 40대 카즈오(이남희 분)를 상담하는데 이후 내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어렵게 나온 밖인데 그 밖이 별로인 상황, 무엇이 정상이고 정상이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과연 히키코모리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밖에 나와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이곳이 아닌 또 다른 밖을 꿈 꿉니다. 안이나 밖이나 그 곳이 그 곳 같은 공간, 누군가에게는 문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벽이 되는 무대가 꽤나 서글프게 다가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훌륭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캐릭터들을 잘 살려내지 못했는데요. 그 가운데 토미오 역의 최광일 배우의 열연이 유독 돋보입니다.
-공연명 :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시간·장소 : 6월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