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과 관련해 비난의 화살이 출판사 창비로 향하고 있다. 창비가 신 작가의 입장을 전하면서 표절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16일 소설가이자 시인 이응준씨는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에서 신경숙의 소설집 <오래 전 집을 떠날 때(1996년 창작과비평사 발행, 2005년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재출간)>에 실린 <전설>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1983년 주우 세계문학 전집 제20권)>에 실린 단편소설 <우국>의 한 대목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신경숙은 17일 도서출판 창비를 통해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창비 또한 신 작가를 두둔했다. 창비는 "사실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 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이다. 또한 선남선녀의 결혼과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 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 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문장 자체나 앞뒤 맥락을 고려해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창비의 이같은 입장 표명 이후 논란은 이제 업계와 내부고발자 간 대립으로 흐르고 있다. 이응준씨의 문제제기에 이어 출판사 창비의 직원들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회사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창비직원이라고 밝힌 네티즌의 트위터 계정(@unknownmembera)에 올라온 사진
창비직원A(@unknownmembera)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은 17일 개설한 트위터를 통해 "출판사 창비에서 일하는 직원 A"라며 "신경숙 작가의 단편소설 '전설' 표절 논란과 관련해 오늘 회사가 발표한 입장이 부끄럽고 실망스러워 계정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직원 A는 "내년은 창작과비평이 세상에 나온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를 위해 곳곳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라면서 "하지만 회사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관련한 처음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모두 헛된 일이 될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창비직원Z(@unknownmemberz) 계정도 만들어졌다. 역시 출판사 창비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밝힌 직원Z는 "창비직원A의 용기에 힘 입어 계정을 만듭니다"라며 "저 역시 회사의 입장도 너무도 부끄럽고 하루 빨리 회사가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대목은 아래와 같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