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 중 발생한 소장 천공을 방치했다가 결국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신경외과 의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 등의 합병증이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한 점이 가수 고(故) 신해철씨 사건과 비슷해 향후 신씨를 수술한 의사 K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손모(46)씨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술 과정에서 피해자의 소장에 천공을 발생시키고 이를 제때 발견하지 못해 치료를 지연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며,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 등의 합병증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신경외과 의사 손모씨는 지난 2011년 3월2일 환자 최모(56)씨에 대해 척추수술(척추전방전위증 등)을 했다.
최씨가 수술 직후부터 수술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자, 손씨는 마비성 장폐색을 의심하고 금식 및 수액요법과 함께 진통제를 투여했다.
이후 3월5일 최씨에게 공기음영과 체액고임이 발견됐고, 금식지시와 진통제 투여를 계속하다가 수술 부위에서 담즙이 새어나오는 등 상태가 악화되자 3월7일 최씨를 대학병원으로 보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응급 개복수술을 하면서 최씨의 소장 2곳에 1cm 크기의 천공과 함께 약 1L의 감염된 장액 및 심하게 부어있는 소장을 확인했다.
최씨는 응급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패혈증 등 합병증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7월4일 사망했고, 손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손씨는 "최씨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소장천공이 발생하지 않았고, 다른 병원에 옮겨진 후 발병한 패혈증으로 사망했으므로 사망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그러나 "손씨가 척추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장 2곳을 천공했고, 그로 인한 복막염, 폐혈증,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족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의료상 과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손씨가 유족들에게 2000만원을 공탁하고 민사소송의 손해배상금과 지연금 4500여만원 전액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해 원심의 형은 무겁다고 판단하고 벌금 1500만원으로 감형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대법원 전경 / 사진제공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