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 모뉴엘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세무조사 편의를 봐준 세무공무원과 불법 대출을 해준 수출입은행 간부에게 나란히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현용선)는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오모(53)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뇌물 범죄는 공무원 직무집행의 공정과 사회의 신뢰를 침해하는 범죄로 사회적 해악성,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자백하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범죄전력이 없으며, 피고인이 박홍석 대표에게 금품을 먼저 요구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박홍석 대표가 2012년 7~10월 사이에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총 액수가 3000만원이 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 인출된 현금이 피고인에게 뇌물로 사용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나머지 2000만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오씨는 2012년 7~10월 모뉴엘에 대한 법인세 비정기조사에서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조사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 등 선처해 준 대가로 같은해 10월 박 대표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또 모뉴엘이 수출입은행에서 1135억원을 대출받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수출입은행 부장 서모(55)씨에 대해서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 추징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범행으로 한국수출입은행 업무 집행의 공정성·적정성 및 사회 일반의 신뢰가 훼손돼 엄히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9700만원 수수 혐의 중 기프트카드로 받은 700만원 외에 나머지 9000만원에 대해서는 박홍석 대표의 법정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박 대표는 휴지박스와 과자 상자 등으로 포장해 에르메스 가방에 담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에르메스 가방 구매 시점이 뇌물 전달 이후인 점 등의 혼선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서울법원종합청사 / 사진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