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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자 축구선수로 사는 것
90분의 거친 운동장은 '마음 편한 해방구'
입력 : 2015-05-20 오전 6:00:00
18일 '2015 FIFA 여자 월드컵 출정식'에서 여자 축구 국가대표 전가을이 인사말을 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에서 여자 축구선수로 산다는 건 마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창업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다. 남들은 쉽게 내딛지 못하는 발걸음이지만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걷겠다'는 담대한 신념을 실행한 게 그들이다.
 
축구는 거친 몸싸움과 지구력이 필수인 지극히 남자다운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여자가 한다는 사실부터가 축구계 밖에서 보기엔 의아한 일이다. 이 때문에 여자 축구선수가 어쩌다 받는 관심조차 호기심과 신기하다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들은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을 타고 하늘을 난 뒤에도 씩씩하게 운동장을 뛰어야 한다. 남자 축구선수와 다른 이러한 대접이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니 여전히 차별적인 대우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여자 축구선수 본인이 느꼈을 감정은 어떠할지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남자 축구선수가 언론과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국민적 영웅으로까지 추앙받을 때 여자 축구선수는 뒤에서 묵묵히 공을 찼다. 그들 모두 같은 공을 열심히 찼지만 그 공에 담겨온 것은 지극히 달랐다. 남자 축구선수들이 거친 90분간의 운동장에서 벗어나 멋진 공항 패션, 예쁜 여자 친구, TV 출연 등으로 보상받고 있을 때 여자축구 선수들은 오히려 어쭙잖은 관심과 그마저도 애매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 속에 휩싸여 있었다. 심지어 리그 전체를 휘어잡을만한 기량을 선보인 모 선수는 매우 폭력적인 '남성 의혹'까지 받으며 이를 해명하기 위해 취재진 앞에 서야 했다. 오히려 그들에겐 공 차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90분간의 운동장이 차별에 대한 해방구이자 마음만은 편한 거친 세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올레 스퀘어에서 열린 '2015 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 출정식'에서 전가을(27·현대제철)은 "대한민국 여자 축구 선수로 산다는 것이 그동안 외로웠다"고 눈물을 쏟았다. 잘 차려입은 단복과 떠들썩한 현장의 관심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받아온 서러움과 차별이란 단어를 재차 떠오르게 했다. 22명의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팀에서 낙마한 여민지(22·스포츠토토)를 떠올리는 동시에 쌓아둔 가슴 속 응어리를 눈물로 풀어냈다. 나라를 대표해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 나서는 그들은 여전히 따스한 관심이 어색하다.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22명은 오는 20일 미국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어 31일에는 미국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 뒤 내달 4일 미국 클럽팀과 최종 평가전을 치른다. 2003 미국월드컵 이후 처음이자 역대 2번째로 참가하는 월드컵에서 이들은 16강 이상을 꿈꾸고 있다. 남다른 길을 걸어온 그들의 행보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브라질전(6월10일)을 시작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임정혁 스포츠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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