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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 24년만에 누명 벗어(종합)
대법, 국보법·자살방조 무죄 확정
입력 : 2015-05-14 오전 11:36:46
노태우 정권의 퇴진을 외치며 자살한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누명을 쓰고 징역 3년을 복역한 강기훈(51)씨에 대해 24년 만에 무죄가 확정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국가보안법 및 자살방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강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며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유서대필 사건'은 지난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의 퇴진을 외치며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가 유서를 대신 쓰고 김씨의 자살을 부추겼다고 기소하면서 불거졌다.
 
강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 받고 만기복역했다.
 
그러나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고 진실규명 결정을 했고, 이에 따라 강씨는 2008년 재심을 청구했다.
 
강씨가 재심을 청구한 지 4년 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0부(재판장 권기훈)는 지난해 2월 강씨의 자살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결정적인 증거인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가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당시 국과수의 다른 문서감정인들이 필적 감정에 직접 참여한 적이 없음에도 김형영씨는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다른 감정인 4명이 직접 감정에 참여해 공동심의를 한 것처럼 허위 증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1991년 국과수 김형영 감정인은 유서의 필적과 강기훈씨의 필적이 동일하다고 감정했으나, 판단의 근거가 된 유서 글자의 특징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특징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감정인이 "효도라는 것을 해보지 못했지요"라는 문장에서 '보'를 '오'로 잘못 판독하고, 유서의 'ㅆ'과 'ㅎ'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고려하지 않는 점을 들어 "전문 필적감정인도 잘못 읽을 정도로 유서 필적에는 희소성이 있는데 피고인의 필적에서는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강씨는 원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날 이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날 무죄가 확정되면서 강씨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징역 2년에 대해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간암 투병 중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재심 결심공판에 나온 강씨는 최후변론에서 지난 20여년의 세월을 언급하며 "잊으려고 했으나 헛된 노력이었다. 이 어리바리한 인생은 무엇인가. 과거 불행한 일로 치부하고 잊고 싶었던 1991년의 일은 망령처럼 삶을 압박했다. 처절하고 지옥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것 만으로 많은 이의 삶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또 "'빨갱이 새끼는 빨리 죽어라'며 자신에게 악플을 단 네티즌은 당시 재판부보다 양심적인 사람"이라며 "이제 놓여나고 싶다. 저주하며 보낸 시간과 이별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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