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의 옷에서 핵심 친박 인사들의 이름이 담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되면서 이들에 대한 수사 착수가 불가피 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주머니 속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각각 10만달러(약 억원)와 7억원을 건넸다는 내용이 적힌 손바닥 크기의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에는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름도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장이 큰 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조만간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메모지가 발견됐다”고 먼저 언급하며 김·허 전 비서실장이 이름이 나왔다고 확인한 만큼 검찰이 이미 ‘성완종 리스트’ 인물의 수사 착수를 작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을 경우 시민단체의 수사의뢰 및 고발도 예상된다.
검찰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 되는대로 유족과 경남기업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은 사망하기 몇시간 전인 9일 오전 6시50분경 회사 직원에게 전화에 ‘검찰 수사기록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경향신문 측에도 녹음파일 전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하고 휴대전화와 통신사실기록을 분석해 성 전 회장의 행적을 조사할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이 주장한 2006~2007년을 돈을 받은 시점으로 전제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이다. 당시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이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만큼 대가성을 입증하면 특가법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알선수뢰·알선수재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1억원 이상의 알선수뢰에 대한 공소시효는 2007년 이전 범죄에 대해서는 10년이다.
하지만 혐의를 입증해 기소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형사소송법에서 사망한 사람의 진술이나 메모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진술과 문서가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돼야한다. 또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성 전 회장은 이미 ‘고인’이 된데다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되거나 새로운 관련자 진술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검찰도 섣불리 기소하기는 어렵다.
또 성 전 회장이 시점을 2006년 9월26일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김 전 실장의 경우는 10만불을 당시 환율로 적용하면 수수액이 1억원을 넘지 않는다. 특가법이 적용되지 않아 공소시효 7년이 적용돼 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수사에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금품을 받았다는 일시나 장소가 특정되지 않은 게 대다수고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해당 메모가 성 전 회장 것으로 필적감정으로 판명나고 공소시효가 남았더라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기소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 정권의 핵심인사를 겨냥하는 수사인만큼 그에 따르는 정치적인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