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단순 항공법 위반 사건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땅콩 회항' 사건이 조현아(40) 전 부사장의 반성 없는 태도와 대한항공 임원의 삐뚤어진 충성심으로 대형 범죄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 7일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건 발생 후 국토교통부 조사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의 혐의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까지 포함해 무려 5개로 늘었다.
당초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에게 "이메일을 삭제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증거인멸 지시를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여모 상무에게 '사태 잘 수습하세요'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여 상무는 '법 저촉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사 전반에 걸쳐 허위 진술을 하고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것에 대해 증거인멸 보다 법정형이 더 높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날 함께 구속기소된 여 상무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인 사건 은폐·조작은 지난달 5일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벌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여 상무는 지난달 6일 저녁 8시경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과 항공기에 동승했던 박창진 사무장을 협박해 허위 시말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또 박 사무장이 작성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최초의 리포트도 자신이 보는 앞에서 삭제하도록 했다.
조 전 부사장은 8일 여 상무에게 조사 상황 보고를 받은 뒤 '내가 뭘 잘못했느냐,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내리게 한 게 뭐가 문제냐. 오히려 사무장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꾸짖는 등 '지시성 질책'을 수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은 박 사무장의 국토부 조사에 여 상무가 19분간 동석해 논란이 일기도 한 날이다. 추후 박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기내에서) 욕설과 폭행을 당했으며 대한항공으로부터 거짓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며 파문은 더 커졌다.
지난달 10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참여연대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11일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출장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조 전 부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동안에도 여 상무는 부하 직원들에게 최초리포트나 관련 이메일 등을 삭제하고 컴퓨터 한 대를 바꿔치기 하도록 지시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당시 1등석 승객이었던 목격자 박모씨를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씨는 "상무라는 임원이 전화를 걸어와 '인터뷰는 자제해주시고 하시더라도 사과를 잘 받았다고 이야기 해달라'며 달력과 모형 항공기를 택배로 보내주겠다더라"고 증언했다.
여 상무는 국토교통부 김모(53) 감독관(사무관급)으로부터 지난달 8~9일 조사 진행상황 뿐만 아니라 향후 계획을 입수해 조 전 부사장에게 문자로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부사장은 여 상무로부터 1등석 승객 박씨를 회유한 경과까지 보고 받았다.
검찰이 18일 통신자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보강 조사를 실시했고 소환 조사 중이던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포착, 여 상무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대한항공 측에 조사 결과와 향후 계획을 알려준 국토교통부 김 감독관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기관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고 이로 인해 부실조사라는 결과가 초래됐기 때문에 여 상무와 함께 국가기관의 조사를 방해한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의 책임을 기장과 사무장 등에게 전가함으로써 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2차 피해를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대한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