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비리 사건이 터지면 검찰은 말수가 적어집니다.
수도권의 한 법원에서 근무하는 A판사가 '사채왕'으로 불리는 명동 사채업자 최모씨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 사건도 예외가 아닙니다.
검사 출신의 현직 판사가 무려 8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인데다가 검찰수사관, 국회의원 부인까지 연루돼있어 또 하나의 '법조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는 사건이죠.
의혹의 크기에 비해 이 사건은 매우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처음 이야기가 나온 뒤로 검찰은 수사 상황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고 "수사 진행 상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관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사채업자 연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에게까지 최씨의 청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일까요.
검찰은 진화에 나섰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제보자 측으로부터 수사 검사와 관련된 금품이나 청탁 의혹과 관련된 진술은 없었다"면서 "처음부터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A판사와 해당 검사가 대학 동문이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처음에 말했듯이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진술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고, 차분하고 세심하게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의혹이 제기된 검사의 소명을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당시의)사건 처리 과정과 개요에 대해 통상적으로 (전화를 통해) 구두로 확인한 것은 맞지만 보도된 의혹 관련 소명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이어 "사건과 관련해 특이점이 있는지 묻는 전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렇게 묻는 건 일상적이고 명백히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해당 검사가 사채왕 금품 로비에 연루됐다고 볼만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이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번 사건에서 검사가 연루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쉽게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금품 이나 청탁' 외에 다른 방식으로 연루됐다는 진술이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또 "(사건을)가능하면 올해 안에 끝내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직까지 해당 판사에게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 상태는 아니지만, 조만간 해당 판사를 소환해 그동안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수사하는 작업이 이어질 분위깁니다.
A판사는 대법원에 해명자료를 제출하는 등 본인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전세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빌렸다가 모두 갚았으며, 친척의 소개로 만난 최씨에게 변호사 선임과 관련된 조언만 해줬다는 겁니다.
조만간 현직 판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이 몇년 만에 일어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언론 보도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조용히 조사를 받은 뒤 추후에 알려질 가능성도 큽니다.
그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면 어떤 해명을 더 내놓을 지, 검찰은 그에게 어떤 처분을 내릴지 연말까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결론이 난다면 검찰은 그동안 말을 아껴온 수사 진행상황을 국민에게 명명백백히 설명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