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에버랜드가 최근 소액 주주들에게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하면서 CJ와 신세계엔 아무런 제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산 분쟁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버랜드는 순환 출자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절반에 달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삼성카드(8.64%)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가 21.64%의 지분을 쥐고 있다. 이외 KCC가 17%, 한국장학재단이 4.25%, CJ가 2.35%, 한솔이 0.75%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신세계도 0.06%를 보유한 소액 주주다.
삼성카드는 최근 보유 지분 중 3.64%에 대한 매입을 에버랜드에 요청했다.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에 따라 오는 26일까지 보유 지분을 5% 이하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도화선이 됐다. 에버랜드가 삼성카드 요청을 수용키로 하면서 타 주주들에도 보유 지분 매각 의사를 물어봐야 주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도 이참에 소액 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여 지분 구조를 단순하게 할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CJ와 신세계다. 양쪽 모두 유산 분쟁과 얽혀 있고, 특히 CJ와는 최근 매우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지난 1월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의 유산 일부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미행 파문이 발생했다. 삼성측의 미행 대상이었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이다.
형제가 소송 대 비소송, 두 그룹으로 나뉜 상황에서 막내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세계는 삼성생명 지분 11.08%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상속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다. 입장 여부에 따라 분쟁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에버랜드는 한국장학재단과 한솔 등에는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하면서도 CJ와 신세계에는 아무런 제의도 하지 않았다. 거부됐을 경우 불거질 갈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CJ 고위 관계자는 16일 “아직 에버랜드로부터 아무런 제안도 받지 못했다”며 “지분 매각 여부는 제안을 받고 난 뒤 논의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 역시 “에버랜드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은 바 없다”며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매각에 대해) 생각한 적 없다”고 밝혔다. 제안이 와도 응하지 않을 태세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CJ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신세계 입장 역시 기대치만 있을 뿐 확인된 적이 없다”며 “삼성으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일 것”이라고 말했다.
CJ와 신세계의 에버랜드 지분을 사들여 말끔하게 지분 구조를 정리하고 싶겠지만, 매각을 거부할 게 뻔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