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신이 맡겨둔 비자금으로 세운 회사에 대한 주주권을 주장하며 동생과 조카를 상대로 소송을 내 3년여간 수차례 변론이 재개되고 조정 과정을 거쳐 항소심이 진행됐으나 결국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8부(재판장 조희대 부장판사)는 28일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120억원으로 설립한 ㈜오로라씨에스의 실질적 1인 주주는 자신이라며 동생 재우 씨와, 조카 호준 씨 등을 상대로 낸 주주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노 전 대통령은 13대 대통령 당선 후 재임 직전인 1988년 1월 동생 재우씨에게 자신의 자녀들과 재우씨의 자녀들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보라며 70억을 건넸다. 또 1991년 8월에는 재우씨의 친구로부터 받은 50억을 다시 재우씨에게 알아서 관리하라고 건네 모두 120억원을 줬다.
재우씨는 이 자금을 친구 박 모씨에게 건네면서 냉동창고업 회사를 설립해 운영해달라고 부탁했다. 박씨는 이 자금으로 주식회사 오로라씨에스(구 미락냉장)를 설립해 운영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이 회사의 주주에서 빠져있었다.
또 퇴임후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결과 유죄가 확정돼 국가가 비자금 2628억여원을 추징하기 위해 재우씨에게 건넨 120억에 대한 추심금청구소송을 냈을 때도 노 전 대통령은 재판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노 전 대통령이 재우씨에게 준 것이 법률상 위임인지, 소비임치인지 여부.
위임은 민법상 사무처리를 위탁하는 것으로 사무를 위임하면서 건넨 재산은 위임한 사람 소유다. 또 위임받은 사람은 위임한 사람이 청구하거나 사무가 종료할 때엔 받은 재산은 물론 그 재산으로부터 생긴 모든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 위임 받은 사람으로부터 다시 위임 받은 사람도 같은 의무를 진다.
반면, 소비임치는 민법상 물건을 보관해달라고 위탁하는 것으로 위탁을 받은 사람은 위탁받은 물건을 소비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소유권도 함께 넘겨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120억을 재우씨에게 준 것을 위임이라고 보면 노씨는 자기 주장대로 오로라씨에스의 실질주주가 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소비임치라고 보면 돈의 소유권은 재우씨에게 이전 되는 것으로 노 전 대통령은 실질주주로 볼 수 없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원고가 피고 노재우에게 잘 맡아서 관리하라고 말하면서 120억원을 교부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그 가치를 유지·보전하고 있다가 원고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반환하라는 취지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는 법률상 소비임치에 해당한다"며 노 전 대통령이 재우씨 등이 오로라씨에스의 주주가 아니라고 주장한 노씨의 청구를 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