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곽노현·박명기·강경선 "대가성 부인"..공소사실 입증 가능할까
재판부 "돈 전달만으로 범죄 성립"..변호인 "관련법 해석론 준비중"
입력 : 2011-10-18 오전 12:33:46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서울시교육감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구속) 교육감과 박명기(구속) 서울교대 교수, 강경선(불구속) 방송통신대 교수가 '후보 단일화 뒷돈' 의혹이 제기된 2억원의 대가성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있는 가운데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 공소사실인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곽 교육감 등에 대한 첫 공판에서는 박 교수에게 건네진 2억원의 대가성 여부, 금품제공 약속이 박 교수가 후보를 사퇴하기 이전 혹은 이후에 이뤄진 것인지, 후보 사퇴 전에 금품제공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도 선거 이후에 건넨 금품에 대해 대가성이 있는지 등을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법적용을 문제 삼는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 부분에 대해 사전 약속 없이 (후보직을) 사퇴했더라도 나중에 이익이 제공되면 처벌할 수 있다는 법 해석이 있다"면서 관련법에 대한 법학 서적 공개했다.

재판부는 국내 선거법 해석뿐 아니라 같은 조항이 있는 일본의 법 해석과 판례까지 예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들 서적을 보면 공직선거법은 아무런 약속 없이 사퇴했더라도 나중에 이익이 제공되면 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일본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이익제공 약속 없이 후보자를 그만뒀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이를 제공받은 사람은 처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장은 "재판부가 꼭 이 해석을 따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 현상에 따라 법 해석 바뀔 수 있으니, 공직선거법 조항을 둘러싼 이런 해석도 있다는 점을 참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사전약속은 대가성 규명의 정황..주된 공소사실 아니야

검찰 역시 "사전약속은 대가성을 규명하는 중요한 정황일 뿐 주된 공소사실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재판부에서 제시한 해석론은 이미 알고 있으며, 나름의 해석론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재판부가 설명한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은 이익 제공을 약속했든 안 했든 나중에 사퇴한 후보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면 범죄가 성립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금품제공의 대가성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측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박 교수가 서울시교육발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이 후보 사퇴의 대가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으로 부각됐다.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자에게 재산상 이익이나 직위를 제공하거나 제공의 의사 표시 및 약속을 한 자 또는 제공받거나 제공 의사를 승낙한 자’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곽 교육감 측 변호사는 "부위원장직은 위원들이 호선으로 뽑는 것이어서 직을 제공했다는 검찰의 공소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교수 측 변호인도 "무보수 명예직인 부위원장이 대가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선 곽 교육감과 박 교수, 강 교수는 모두 진술 발언을 통해 2억원에 대한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곽 교육감은 "꼬리자르기 같아 내키지 않고 부끄럽지만 지난해 5월에는 이면합의 사실을 전혀 몰랐다. 제 등 뒤에서 '어떻게 2억원이 선의의 부조냐'라는 비아냥이 들리지만 그게 사실"이라며 "진실이 오해보다 강하고 선의가 범의보다 강하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 드러나리라 확신한다" 말했다.
 
 
◇지난 5월 이면합의 사실 전혀 몰라

그는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준 혐의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됐다"라며 "이후 내가 깨달은 보다 높은 차원의 도덕률에 따라 박 교수의 형편이 나쁘다는 얘기를 듣고 돕기로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곽 교육감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경위에 대해 "도의적 책임감 차원에서 돕겠다는 강 교수의 제안을 거절했다가 일단 급한 돈을 처리하기 위해 2억원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후보 사퇴에 따른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박 교수는 이어 "곽 교육감 측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걸 보니, 사기꾼들에게 당해 자살한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된다고 강 교수에게 얘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론에 보니까 내가 빚쟁이에 시달린다느니, 자살을 생각했다느니 하는 얘기가 뒤덮고 있더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땅에 떨어진 내 명예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박 교수는 "단일화 당시 선거비 보전 명목의 경제적 지원에 대해 서로 내용을 공유했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직접 만나보니 곽 교육감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면서 "곽 교육감이 교육감 직을 못하게 된 상황이 오게 된 것에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전달한 강 교수는 "사회적 상실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한꺼번에 겪은 박 교수가 자살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빚 돌려막기' 이야기를 듣는 순간 등에 땀이 났다. 어렵게 꼬인 문제를 내가 아는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라며 "어떤 방법으로든 (곽 교육감으로부터) 박 교수에게 돈이 전달되면 스캔들이 날 것으로 염려돼 가급적이면 노출이 안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한편, 100석이 넘는 법정 안 좌석이 가득 찰 정도로 방청객이 몰려든 이날 공판 직후 한 방청객이 큰소리로 "곽노현은 자폭하라"는 구호를 외쳐 재판장의 주의를 받고 귀가 조치됐다.
 
 
김미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