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주식워런트증권(ELW) 매매 도중 부당한 방법을 썼다는 혐의로 기소된 스캘퍼(초단타매매자)에 대한 공판에서 유동성공급자(LP)의 내재변동성을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진행된 ELW 스캘퍼 박모씨 등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조모씨(25·수감중)는 "LP의 내재변동성은 예측할 필요 없이 '계산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씨측 변호인은 "LP의 내재변동성이 커서 변화량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지적하며 "피고인들은 검찰이 전제하는 방식인 LP 호가를 예측해서 직전에 매수, 직후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거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씨는 "LP의 내재변동성은 예측할 필요가 없다. 바로 직전에 거래된 값을 다음 거래에서 사용해도 큰 손해를 입지 않는 오차 범위 안"이라고 강조했다.
ELW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LP의 직전 가격조건을 역산하는 방식으로 내재변동성을 가공해 추측, 사용하므로 'LP 호가'를 예측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반면 조씨에 이어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한 박씨의 회사 직원 박모씨(피고인 박씨의 친동생)는 "LP의 내재변동성을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조씨는 '시장불균형을 노려 수익을 창출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도 반박했다.
조씨는 "결국 시장불균형 상태에서 수익을 내려면 속도가 다른 투자자보다 빨라야 한다. 시장불균형 상태는 순간적"이라면서 "LP의 내재변동성을 예측해서 직전에 매수, 직후에 매도한다는 대량매매자도 시장불균형 상태를 노리고 거래하는 것이다. 피고인들의 거래 기법은 검찰의 전제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LP의 내재변동성을 예측할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증인들 간에 의견이 대립하자 재판장은 조씨와 박씨에 대한 대질신문을 벌이도록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통계적 기법을 사용해 매수 혹은 매도할 적정가격을 계산한다고 하지만, 시장불균형 상태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피고인들이 계산한 '적정가격'에 도달하자마자 LP보다 빠른 속도로 주문을 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수익을 창출하는데 속도가 필요하지 않다는건 아니다"면서 다만 "'누구보다도 빨라야 한다'는 검찰의 전제처럼 빠른 속도가 수익을 내는 결정적인 필수요소가 아니라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매매자는 LP의 내재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다"며 "LP가 설정한 내재변동성 가격을 알려면 LP가 주문을 낼 당시 시점의 기초자산가격을 알아야 하는데 매매자로서는 LP의 주문 시점을 모른다"고 재차 설명했다.
박씨는 이어 "ELW 시장에서 매매자는 LP의 호가를 길게는 20초에 한 번 받기도 한다. ELW 시장에서 내재변동성을 추정한다는 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씨는 "LP 호가 잔량은 매매자에게 꾸준히 잘 전달된다. 박씨가 설명한 '20초에 한 번' 경우는 아주 이례적이다. 매매자가 아주 정확하게 내재변동성을 맞출 순 없지만, 오차 범위내에서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씨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학생으로 선물옵션과 ELW 시장에서 거래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조씨는 지난 2009년 초 주식·선물 자동거래 시스템을 개발해 350%가 넘는 고수익을 올렸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아 36명에게서 35억원을 유치한 뒤, 이 돈을 임의 투자해 큰 손실을 본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ELW 매매 과정에서 스캘퍼들이 일반투자자들보다 빠르게 거래할 수 있도록 주문체결전용시스템을 제공한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사업법 위반) 국내 12개 증권사 대표이사와 IT담당본부장 등 임원 25명을 지난 6월 불구속 기소했다.
또 스캘퍼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매매정보를 제공거나 시세조종에 가담한 증권사 직원 김모씨 등 5명과 5개 스캘퍼 조직 18명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ELW'는 특정대상물을 사전에 정한 미래의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유가증권이다. ELW 거래는 대부분 초단타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손익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문이 증권거래소에 도달하는 속도다.
검찰은 ELW 시장이 지난 2005년 12월 개설된 이후 지금까지 수백억원의 자산으로 초단타 매매를 일삼는 스캘퍼와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챙긴 증권사는 꾸준히 이익을 봤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는 예외 없이 손실을 본 것이 증권사가 주요고객인 스캘퍼들에게 부당한 지원을 해준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 3월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증권사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은 스캘퍼들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보안장치(방화벽 등)를 거치지 않거나, 특정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 전상망에 직접 연결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부당한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증권사들은 또 회사 내부에 스캘퍼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증권사 서버와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주문 체결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스캘퍼 박씨 등에 대한 공판은 6일 오전 10시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