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권을 출입하다 보면 유난히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질문이 조금만 불편해져도, 설명이 길어질 것 같아도, 결론을 명확히 말하기 어려울 때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바로 '건전성'입니다.
실적이 왜 줄었느냐고 물으면 건전성 관리 차원이라고 답합니다. 대출을 왜 줄이느냐고 해도, 보험료를 왜 올렸느냐고 해도, 배당을 못 하는 이유를 물어도 돌아오는 설명은 비슷합니다. 건전성을 우선했다는 말입니다. 이 단어는 어느새 금융권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만만한 답변이 됐습니다.
'건전성'이라는 말 틀린 것은 아닙니다.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관리하고 자본을 쌓는 일은 당연한 책무입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반박하기가 어렵습니다. 질문을 더 이어가기도 애매해집니다.
문제는 이 단어가 설명이 아니라 회피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위험을 줄였다고만 말할 뿐, 그 과정에서 어떤 비용이 발생했는지는 공시에 나와 있는 내용을 제외하면 구체적으로는 알기 힘듭니다.
그 비용은 대개 소비자나 시장의 약한 쪽으로 이동합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보험료는 오르며, 혜택은 축소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건전성 관리'라는 말 한마디로 정리됩니다. 정말로 충분히 관리되고 있다면 이렇게 자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금융은 신뢰의 산업입니다. 신뢰는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설명에서 나옵니다. 건전성이라는 말이 더 이상 만능 답변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리스크가 줄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비용이 뒤따랐는지, 이게 금융소비자에게 어떻게 전가되고 필요한 절차였는지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으면 합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4220.56)보다 26.81포인트(0.64%) 내린 4193.75에 개장한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