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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해진 환전지갑
입력 : 2025-12-23 오후 5:18:11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요즘 환율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해외여행 계획이 있어서도, 달러를 당장 쓸 일이 있어서도, 주식에 투자를 해서도 아닙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도록 계속 오르다 보니, 무심코 스마트폰 속 무료 환전 애플리케이션을 열어보게 됩니다. 거기에는 예전에 바꿔두고 잊고 있던 외화들이 남아 있습니다.
 
해외 여행이나 취재를 다녀온 후 남은 유럽 유로, 호주 달러, 홍콩 달러, 일본 엔화, 베트남 동, 태국 바트 등 온갖 나라의 환전액이 은행 앱에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많이 남은 건 아니고, 원화로 환전하기엔 너무 소액이라 그냥 남겨둔 잔돈 수준의 금액입니다. 원화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많은 건 10% 가까운 수익률이었고 심지어 동남아 국가의 환전 금액도 2~3% 올랐습니다.
 
그런데 앱 화면에는 생각지도 못한 숫자가 찍혀 있습니다. '평가손익', '수익률'. 환전을 다시 한 적도 없는데 잔액이 늘어났습니다. 외화는 그대로인데 원화 기준 평가금액이 올라 있었고, 그래프는 완만하게 우상향을 그리고 있었다. 환전을 하지 않았는데 수익이 난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이 수익은 실제로 내가 무언가를 잘해서 생긴 이익은 아닙니다. 외화 가치가 오른 것이고, 정확히 말하면 원화 가치가 그만큼 낮아진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환율이 너무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무료 환전 앱은 외화를 단순한 잔돈이 아니라 보유자산처럼 보여줍니다. 환율 변동에 따라 평가금액이 달라지고 자연스럽게 다시 원화로 바꿀 시점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애초에 투자 목적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외화 잔액은 주식마냥 지켜보는 돈이 됐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이 화면 속 수익과 현실의 체감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외화 잔액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는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해외 직구 가격은 올랐고, 환율 상승의 비용은 일상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추가 환전을 하게 되면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겠죠. 환전도 안 했는데 수익이 났다는 것은, 지금의 원화 가치 하락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22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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