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추천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우리금융을 제외하고는 소폭 교체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따르며 사외이사 교체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결과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외이사 인선이 또다시 ‘거수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금융지주 이사회 활동 내역을 보더라도 회사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 중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임기 만료를 맞은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3명 중 9명만 새롭게 교체될 예정입니다. 전체 사외이사 32명 중 23명이 유임되며, 이는 71.9%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금융지주 별로 보면 KB금융은 임기 만료된 6명 중 2명, 신한금융은 7명 중 2명, 하나금융은 5명 중 1명을 교체키로 했습니다. 우리금융만 임기가 끝나는 5명 중 4명을 새롭게 선임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각 금융지주가 선임한 사외이사를 보면, 변화보다는 연속성에 무게를 둔 모습입니다. KB금융은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이사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했습니다.
신한금융은 ICT 전문가인 양인집 어니컴 대표이사 회장과 전묘상 일본 스타트업 스마트뉴스 운영관리총괄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며,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강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인선이 이사회의 독립성과 실질적인 감시 기능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외이사 후보군의 전문 분야가 여전히 금융·경영에 편중되어 있으며, 소비자 보호나 ESG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독립성이 거의 없는 이사회 운영 방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총 이사회 개최 횟수는 54회, 사외이사 38명이 참여해 총 168건의 안건을 처리했지만, 반대 의견을 표명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KB금융과 우리금융에서는 사외이사가 의견을 낸 사례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외형적 지표만 보면 실질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사 내부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사외이사의 장기 연임으로 인해 지배구조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홍콩 ELS 사태,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외이사들이 이를 사전에 막지 못했는데요. 이같은 구조적 한계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외이사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도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 교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사회 내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입니다. 사외이사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입니다.
서울 시내 4대은행 ATM기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