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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저신용 개인사업자'
대출 문턱만 높아져…저신용자 막막
입력 : 2025-03-06 오후 2:42:20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 사업자들은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인터넷은행에서도 대출을 받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터넷은행의 초기설립 목적인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까지 쪼그라들면서 저신용 취약 개인사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327조2154억원에서 올해 1월 324조8695억원으로 3개월 만에 2조3459억원 감소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324조원대로 내려앉은 것입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1조3886억원이 줄며 감소폭이 커졌으며,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네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금리 때문입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5.19%~6.40%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평균 금리인 5.11%~6.32%보다 상·하단이 각각 0.08%p, 0.18%p 상승한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업자들은 기준금리 인하의 혜택을 보지 못한 셈입니다.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 비교.(사진=뉴시스)
 
시중은행, 되려 저신용 개인사업자 금리 인상
 
특히 신용등급 7~10등급에 해당하는 저신용 개인사업자는 대출 금리가 더 높아졌습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6월~8월 7.68%에서 같은 해 11월~올해 1월 7.76%로 0.08%p 상승했습니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13.13%에서 13.55%로 0.42%p 증가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와 동일한 8.82%를 유지했습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10.20%에서 10.13%로, 12.53%에서 11.66%로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10%대의 높은 금리를 보였습니다.
 
반면, 1~3등급의 고신용 개인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대 은행 기준 고신용자 대출 금리는 지난해 6월~8월 평균 4.11%~5.25%였으나, 같은해 11월~올해 1월에는 4.03%~5.12%로 상하단 모두 하락했습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4.05%에서 3.95%로, 신한은행이 4.10%에서 4.00%로, 하나은행이 4.20%에서 4.15%로, 우리은행이 4.30%에서 4.18%로, NH농협은행이 4.50%에서 4.40%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저신용 개인사업자의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거나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인뱅도 고신용자 위주, 아예 취급 안하기도
 
인터넷은행도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를 일부 낮췄지만, 저신용 사업자들의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3사의 개인사업자 평균금리는 지난해 11월~올해 1월 5.33%~7.79%로, 지난해 6월~8월 5.49%~8.52% 대비 각각 0.16%p, 0.73%p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신용등급별로 살펴보면, 저신용자는 여전히 대출받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카카오뱅크의 7~10등급 개인사업자 대출금리는 지난해 6월~8월 8.45%에서 같은 해 11월~올해 1월 8.48%로 0.03%p 올랐습니다. 이는 하나은행(7.76%)보다도 높으며, KB국민은행(8.82%)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토스뱅크는 같은 기간 12.19%에서 11.16%로 1.03%p 하락했지만, 여전히 NH농협은행(11.66%)과 비슷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케이뱅크는 5등급 이하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사실상 취급하지 않아, 중저신용 사업자들은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인뱅 3사의 고신용자 대출 금리는 4.85%~6.10%에서 4.70%~5.95%로 낮아졌습니다. 카카오뱅크는 4.90%에서 4.75%로, 케이뱅크는 5.00%에서 4.85%로, 토스뱅크는 5.20%에서 5.05%로 각각 하락하며 고신용자 위주의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터넷은행이 출범 당시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 확대를 내세웠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이처럼 시중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을 줄이고 있고, 인터넷은행은 금리를 낮추는 듯 보이지만 주로 고신용자 위주로 혜택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결국 저신용 개인사업자들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어디에서도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 모두 부실 가능성을 최대한 없애려다 보니 위험성 높은 개인사업자 등 대출을 줄이려고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대출을 위한 창구를 열어두기 위한 고민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모두 부실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줄이면서 가뜩이나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 개인사업자들은 돈을 빌릴 곳을 찾기 더욱 어려워졌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점포에 임대 홍보물이 붙어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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