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최근 시중은행의 주요 이익 원천인 예대금리차가 역대급으로 커지면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은행들은 너도나도 달래기용 고금리 특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은행 예금 상품에 흥미를 잃은 고객들을 낚으려는 미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상 계좌수가 적은 수로 제한돼 있고 예금액도 적은데다, 최초 가입 적금 등 조건을 채워야 최고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실제로 취급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29∼1.46%p로 집계됐습니다.
더구나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더욱 빠르게 내려가고 있습니다. 반면 대출금리는 속도가 더뎌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마저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예금 고객을 잡기 위한 부담을 느끼면서 앞다퉈 고금리를 내세운 특판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 연 최고 금리 6.0%의 'KB스타적금3'을 출시했습니다. 하나은행도 최고 연 7%의 '달달 하나 적금' 후속작을 오는 6월까지 판매합니다.
대부분 은행 예금금리가 2%대로 내려간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고금리 미끼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선 KB국민은행의 경우 30만좌 한정 판매인데다 기본금리가 연 3.0%로 우대금리 3.0%를 받으려면 최근 1년동안 상품(입출금 통장, 외화예금, 퇴직연금 제외) 신규 및 보유 이력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KB국민은행은 우대금리 조건이 '단 한가지'라며 고객들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기존 적금보다 금리를 높였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하나은행도 마찬가지로 기본금리는 2.0%대에 불과하고 하나카드 실적이나 첫 거래, 랜덤이벤트 참여 등을 만족해야 5.0%의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예금액이 30만원으로 한정돼 있어 이를 모두 충족하더라도 실제 수령할 이자는 13만6500원에 그칩니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가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더라도, 받을 수도 없는 고금리를 내걸어 급한 불을 끄려는 은행들의 태도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진정으로 은행들이 서민들이 높은 대출금리에 고통받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고금리 예금 특판상품을 출시하는 것보단 시장 상황에 맞게 대출금리를 조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는 즉각적으로 내리고 높은 대출금리는 유지하자 예대금리차가 큰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