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은행들이 출산 장려를 목적으로 최대 10% 금리를 내건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구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부분 다자녀 우대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한부모가족 등 조건을 충족해야 최고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5일 은행연합회 '저출산 극복 상품 공시 사이트'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KB아이사랑적금(최대 10.0%)', 하나은행은 '하나아이키움 적금(8.00%)', 우리은행은 '아이행복적금2(4.1%)', 하나은행은 '하나 아이키움 적금'(8.00%), NH농협은행은 'NH아동수당 우대적금(6.4%)', 토스뱅크는 '아이 적금(5.5%)' 등을 잇따라 출시했습니다.
기본금리 2%대에 각종 우대금리 혜택 맞춰야
이 같은 출산 장려 적금 상품은 표면적으로 보면 기존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2~3%)에 비해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본금리를 따져보면 2%대에 불과한데다, 각종 우대금리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최고 금리를 모두 적용받긴 어려운 구조입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출시한 'KB아이사랑적금'은 최고 금리가 10.0%지만, 이 혜택을 받으려면 아이가 4명 이상이어야 가능합니다.
해당 상품의 기본금리는 2.5% 수준으로, 자녀 수에 따라 1명당 1%씩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양육수당을 국민은행 계좌로 6회 이상 받으면 추가 3%가 더해지고, 차상위 계층이거나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의 조건을 모두 갖춰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의 '하나아이키움 적금' 역시 최대 8.00%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기본금리는 2.95%입니다. 게다가 자녀가 최소 2명 이상일 경우부터 우대금리가 적용됩니다. 아이가 3명 이상이어야 최대 2%의 추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 '아이행복적금'의 경우도 최고 금리는 4.1%지만 기본금리는 2.9%에 그칩니다. 경찰서 또는 안전드림 앱을 이용해 지문을 사전 등록한 뒤 신고증을 제출하면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NH농협은행 'NH아동수당우대적금'도 최고금리는 6.4%지만 기본금리가 2.9%입니다. 셋째 이상 아동일 경우(1.0%)와 형제자매 가입(0.5%) 등 각종 조건을 채워야 최고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인터넷은행의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시중은행보다 까다롭지 않은 편입니다.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아이를 위한 '아이통장 적금'과 '아이적금'을 출시한 토스뱅크의 경우 최고 5.5%의 금리로 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본금리는 3%인데요. 토스뱅크 아이 통장을 보유한 고객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매월 금액에 상관없이 저금하면 최고 금리를 지급받는 방식입니다. 아동수당 입금·체크카드 사용 등 기타 은행거래 실적과 상관없이 만기까지 매월 자동이체만 하면 가입하는 고객에게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했습니다.
시중은행이 각종 출산 장려 적금 등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으나 기본금리는 2%대, 우대금리는 2자녀 이상이어야 적용받을 수 있는 구조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간호사가 출생아들을 돌보는 모습.(사진=뉴시스)
출산율 감소 추세인데 다자녀만 혜택 '비판'
출산율 제고를 위해 금융권이 앞장서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통계청 인구 통계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수와 합계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2023년 국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만9200명(-7.7%) 감소했으며,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다자녀 가정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실질적인 출산 장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김포에 사는 30세 여성 A씨는 최근 아이를 출산했으나 생각했던 만큼 금리를 적용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주거래 은행에서 아이 출산 시 가입할 수 있는 적금을 확인했더니, 아이가 1명뿐이면 받을 수 있는 금리는 최대 3~4% 수준이었다"며 "높은 금리를 보고 가입하려 했던 건데 안 준다고 하니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산 장려를 위한 좋은 취지로 기본금리도 대체로 2% 중후반이 넘고, 계좌 이력 등이 있으면 우대금리 조건을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출시 이후 인기가 높아 새로운 상품을 고민할 정도다. 앞으로 실효성 있는 혜택을 늘리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나 각종 본인의 조건을 따져보고 맞는 상품을 가입하는 게 좋다"고 밝혔습니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