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제가 올해로 '재즈 인생' 27년 차인데, 여전히 재즈는 매력적인 음악이에요. '왜 안돼? 와이낫?'이 늘 따라 붙는 장르이자,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길, 다 같이 가보고 싶은 길."(웅산 한국재즈협회장)
숲 속 두 갈래 길을 마주했을 때, 사람이 적게 지나간 길을 택하면 생이 달라집니다. 비단 로버트 프로스트 뿐 만은 아닐 겁니다.
오는 28~30일 서울 노들섬에는 지난해에 이어 재즈의 '가지 않은 길'이 열립니다. 한국 재즈 1세대부터 3세대, 블루스, 국악, 라틴까지 70여명의 음악가가 난장을 벌일 대형 공연 ‘2023 서울재즈페스타’(한국재즈협회 주최). 서울 용산구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전역에서 열리는 마지막날 공연은 네이버TV에서도 생중계됩니다.
17일 화상으로 만난 재즈 보컬이자 이 행사 총괄 기획을 맡은 웅산 한국재즈협회장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기적적으로 연 행사에 이어 올해도 이렇게 성대하게 열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한국 재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곳에서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굳은 결의를 보였습니다.
17일 화상으로 만난 재즈 보컬이자 이 행사 총괄 기획을 맡은 웅산 한국재즈협회장. 사진=한국재즈협회
웅산은 2021년 1월 사단법인 한국재즈협회(2009년 설립)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신관웅(피아노), 이정식(색소폰)에 이은 협회 3대 회장입니다. 취임 직후 2011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재즈의 날(매년 4월 30일)’을 기념한 ‘전야 콘서트’(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2021년 4월29일)를 성황리에 치러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소규모 전야제를 성대한 축제로 탈바꿈 시켜오고 있습니다. “(방역 규제가 존재하던 지난해에는) 어쩔 수 없이 의자를 깔고 최소한의 인원만 들여보냈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잖아요. 다른 국내 음악 축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순도 100% 재즈 음악'을 감상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28일 저녁 8시 10분 노들섬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퀄텟'의 무대가 축제를 예열합니다. '한국 재즈 불모지' 시절인 1980년대 초반 활동(실제 결성과 활동 기간은 1989~1993년 사이) 활동했던 밴드는 지난해 27년 만에 재결성으로 국내 재즈계를 들썩인 팀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 같은 90년대 가요부터 재즈까지 아우른 '대한민국의 색소폰' 이정식을 필두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드러머였던 김희현, 60~70년대 그룹사운드 ‘김혜정과 검은 장미’(전신 검은나비) 등에서 활동한 장응규 등이 뭉친 팀.
"웅장하고 장엄하고 에너제틱한 연주로 국내 재즈 중흥기를 어떻게 이끌었는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라틴과 국악의 결합('점보맘보') 무대에선 국내 재즈 드럼과 라틴 퍼커션의 거장 류복성 선생님이 오르시는데요. 따뜻한 봄날 한낮의 햇살에 젖을 수 있도록, 다이나믹한 라틴사운드를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28일 저녁 8시 10분 노들섬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퀄텟'의 무대가 축제를 예열한다. 사진=서울제즈퀄텟
하루 총 4공연씩 3일간 이어질 예정. 국내 대표 탱고 재즈 밴드인 ‘라 벤타나(feat. 유사랑)’ 무대를 시작으로 재즈와 국악을 접목하여 새로운 사운드를 펼치는 ‘박윤우&NKCM’, 힙합과 펑크, 일렉트로닉 장르 등을 접목하는 익스페리먼트 재즈 밴드 ‘쿠마파크’ 등 세대와 장르 불문 참여자 면면이 다채롭습니다. 마지막 날 공연 날은 재즈 뮤지션을 꿈꾸는 새내기들이 하우스 밴드와 즉흥연주를 하는 ‘Open Mic 잼 세션(host. 민경인, 이주미)’과 가수 김장훈과 재즈 1~3세대가 어우러지는 ‘재즈 올 스타즈’ 공연도 준비됩니다.
"김장훈의 근사한 '로우(중저음)'은 재즈에서는 100점 이상일 거예요. 1세대 재즈 보컬 김준 선생님의 자작곡 '왜냐고 묻지 말아요'를 부르는 걸 보고 정말 목소리에서 근사한 빛이 발한다는 걸 느꼈어요. 조용필 선생님의 라이브 앨범에도 수록된, 소울블루스의 교과서 같은 곡 'I'd rather go blind'도 이번 축제에서 보시게 될 겁니다. 아마, 재즈와 어우러지는 '발차기'를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세계 재즈의 날에는 한국 외에도 99개국에서 다양한 기념 공연이 열립니다. 이 기간 행사 중 하나인 ‘글로벌 올스타 콘서트’는 올림픽처럼 도시를 옮기며 개최돼왔습니다. 가까운 일본부터 쿠바,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열려왔습니다. 웅산 역시 ‘재즈 올림픽’을 한국에 여는 것 외에 다양한 장기 목표들이 있습니다.
"최종적인 큰 꿈은 (‘재즈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인데, 이 축제를 진행해오면서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아가고 있어요. 물론 그쪽에서 연락이 오고 있어서, '언젠가는 쫙 풀릴 수 있는 숙제'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내 뮤지션 중심이지만, 내년부터는 중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단계를 밟아갈 거예요."
한국 재즈 1세대부터 3세대, 블루스, 국악, 라틴까지 70여명의 음악가가 난장을 벌일 대형 공연 ‘2022 서울재즈페스타’(한국재즈협회 주최). 지난해 공연 모습. 사진=한국재즈협회
노들섬에서 축제를 여는 이유를 “버려졌던 곳인데 다시 새롭게 태어난 노들섬이 누군가로부터 소외받고 외면 받아온 재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즈는 늙지 않고 늘 살아 숨 쉬며 소통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한 그입니다.
‘제 2 한강의 기적’은 재즈에서 태동할지 모를 일입니다. 향후 ‘재즈 올림픽’은 ‘보물섬’ 같은 한강에서 열고 싶다고.
"세계적으로 봤을 때 폭 1km 남짓의 거대한 하천이 대도시를 가르는 경우는 많지 않지요. 세계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그곳에서 열린다면 그보다 더 멋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사랑과 배려 존중으로 대표되는 세계 재즈의 날의 정신도 나누고. 아직은 여러 도움이 필요해요. K재즈도 이 정도 수준이라고 자랑할 만한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