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 수주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수주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호한 수익성을 거둘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7일 빈살만 왕세자의 짧은 방문 동안 양국 정부와 기업들은 총 26건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향후 수십조원 규모의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며 중동 특수를 맞은 모습이 역력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제2의 중동 붐'을 외치며 해외건설 수주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올해 8월 열린 '2022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해외건설의 붐을 한번 더 일으켜 나가자"고 언급했으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이달 개최된 '해외건설·플랜트의 날' 행사에서 '해외건설 3.0시대'를 선언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해외건설 연 500억 달러 수주와 세계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물론 해외 파견 건설 근로자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인가기간을 2배로 확대해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했다.
원 장관을 단장으로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이 뭉친 수주지원단 '원팀 코리아'는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수주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해외시장 성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수주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수주 만큼 사업 전개와 관리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는 시작일 뿐 중간에 사업이 좌초되거나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과거 해외 사업장에서 피를 본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건설은 지난달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철수를 밝혔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의 기성금 지연지급과 미지급 등 계약위반이 그 이유다. 비스야마 신도시 사업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에 10만여가구의 주택을 짓는 것으로, 총 공사대금은 14조4000억원에 달한다. 공사대금의 43%를 받았지만 더 공사를 진행할 경우 발생할 손실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수주 당시 큰 기대를 모았던 대규모 사업도 여러 고비를 맞게 되는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기업간의 계약일지라도 국가 간 거액이 오고 가는 사업이다 보니 국제 정세가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외교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해외 현지 파견을 기피하는 문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돈을 벌기 위해 중동으로 짐을 꾸려 떠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로 들어서면서 해외 파견은 사서 고생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토로했다. 한때 산업의 역군으로 인정받던 해외 건설 근로자들이 외면받고 있는 씁쓸한 현실이다.
이에 건설업계에서 해외 파견 건설근로자에 대한 주택 특별공급 적용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수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인력 개발과 지원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기 침체 타개를 위해 중동 붐을 띄웠고, 건설사들은 국내 시장 위축으로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이들이 진정한 '원팀'을 이루고 이를 지속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해외건설사업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