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숱한 논란과 함께 갈등만 양산한 6개월이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인사 문제는 정권 초기 부정적 여론을 부채질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과 이명박정부(MB), 관료 출신들로 대통령실과 내각을 채웠다. 상대적으로 업무 연관성이 적은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 등에까지 검찰 출신이 중용됐다. 이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무시됐다. 지난 7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임명으로 마침내 1기 내각이 완성됐지만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14번째 고위직 인사라를 불명예도 썼다.
여기에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직원들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이 알려지는가 하면, 김 여사가 경남 봉하마을 참배에 지인을 대동해 논란이 됐다. 지난 7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에는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아내 신모씨가 동행해 비선 논란을 키웠다. 특히 신모씨의 경우 윤 대통령 내외 의중을 잘 안다는 이유로 순방일정 기획에도 관여해 문제가 커졌다.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도 계속됐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총질 당대표"로 규정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속내를 들켰고, 이로 인해 국민의힘 내홍도 급격히 악화됐다. 기존 지도부를 뒤집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놓고 법원까지 간 끝에 어렵게 정진석 체제 안착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대표에게 추가 징계를 내리며 차기 총선 출마를 사전 봉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순방과정에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비속어로 홍역을 치렀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OOO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으며, '이 XX들' 대상도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 거대 야당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사과 요구에도 유감의 뜻을 표명하지 않았고, 이에 민주당은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는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민주당은 전원 불참하며 응수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치가 대결의 장으로 비화됐다면, 대내외 경제 환경은 악화일로다. 미중 패권경쟁 격화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악화가 한층 심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이에 대한 처방으로 금리인상이 단행됐다. 국내 역시 물가와 금리, 환율 '3고'가 확연해지면서 민생은 더 힘들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하는 등 자금시장은 불안해졌다.
북핵 고도화에 따른 비핵화 해법도 난망하다. 소형 전술핵 최종 완성을 위한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대응은 한미동맹 강화로 요약된다. 동시에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군사안보 협력을 기대하면서 일본이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이 고착화될 경우 경제를 위협할 요인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지난달 29일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로 국가의 근본적 재난 체계에 대한 문제점까지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경찰, 특히 일선 경찰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에 호통을 치는 비공개 회의 내용이 이례적으로 공개됐고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 등으로 일선 경찰에 책임이 국한됐다. 국민 안전을 책임질 주무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통령실이 첫 동남아 순방에서 MBC 측에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겠다고 통보하면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화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주면 되겠다"고 말했다. 앞서 MBC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과정에서 있었던 비속어 발언을 자막을 입혀 첫 보도해 대통령실과 척을 졌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취임 6개월 지지율은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BS·한국리서치가 9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잘못하고 있다' 64.9% 대 '잘하고 있다' 30.1%였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에선 '긍정' 33.4% 대 '부정' 59.7%로 집계됐다. SBS·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는 '잘하고 있다' 28.7% 대 '못하고 있다' 63.5%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부족한 점이 많고 아쉬운 점을 다 충족시키지 못한 6개월이었을 수 있다"며 "남은 4년6개월은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고,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대외적으로도 국가와 국민을 보위할 수 있는 윤석열정부의 비전과 정치적 지향점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해명이 추가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진행되는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의 대언론 소통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야권은 윤석열정부 6개월을 "국정철학과 비전은 없고 참사 정권이란 오명만 각인시켰다"고 혹평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당 회의에서 "주먹구구식 국정운영은 결국 인사, 외교, 안보, 경제, 안전 5대 참사로 귀결됐다"면서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한마디 없다. 오만과 독선, 불통의 국정운영만 고집한다"고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만과 독선의 국정 기조 전환만이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윤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실과 내각 전면 개편으로 국정 쇄신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