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신용무 부장판사는 15일 백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백 전 장관이 별건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점과 지위, 태도 등에 비춰 도망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백 전 장관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속시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또 "범죄혐의는 대체적으로 소명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백 전 장관이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을 회유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며 "수사기관에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돼 추가로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산업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산하 공공기관장 13명에게 사표를 내도록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후임 임명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있다. 산하기관이 후임기관장 임명 전 시행한 내부 인사를 취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인사를 분류하고 내쫓았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를 들어 지난 13일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019년 김도읍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중부발전과 남동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등 4개 공기업 사장이 백 전 장관 등 산업부 고위관계자의 압력으로 사표를 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백 전 장관과 이인호 전 산업부 차관, 운영지원과장 A씨, 혁신행정담당관 B씨, 에너지 산업정책관 C씨 등 5명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그간 백 전 장관은 “법과 규정을 준수해 처리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해왔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출석하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모습을 드러낸 15일에도 백 전 장관은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한 것”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도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검찰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윗선으로 칼 끝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전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만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지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행정관 시절 산업부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장 사퇴 종용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