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서다. 특히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주요 인맥인 친이(친이명박)계가 이 전 대통령 사면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문제는 야권 측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사면 대상에 포함되느냐다. 친이계가 이 전 대통령 사면의 주요 명분으로 국민통합을 내세운다는 걸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와 정 전 교수까지 사면, 대통합을 추구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 다만 친이계가 문재인정부에 대한 앙금이 남은 건 변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 특별사면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고선 "20여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 과거 사례에 비춰서"라며 사면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달 초엔 당뇨합병증에 따른 신경계 마비 증세로 진료를 받는 점을 들어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앞서 횡령·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다. 형기를 다 채운다면 출소 예정일은 2037년, 그의 나이 96세가 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사면에 긍정적 입장을 비치면서 사살상 8·15 특사 대상이 될 것이 유력해졌다.
2021년 2월10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뒤 퇴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날 "(이 전 대통령 사면은)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 정반대인 게 주목된다. 입장을 번복했다는 점에선 이튿날의 발언이 대통령의 의중을 더 담고 있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윤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진 배경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주요 인맥인 친이계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강하게 설득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도 "형평성이나 국민통합 차원에서 MB 사면이 불가피하다"며 찬성 입장을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는 친이계이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기도 하다. 그는 대표적 이 전 대통령 사면론자다. 대선 승리 후인 지난 3월16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하고 그보다 연세도 많고 형량도 낮은 이 전 대통령을 사면 안 해준 건 정치보복"이라며 "문 대통령이 퇴임 전에 결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현재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다수 포진한 친이계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대통령실을 보면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 최영범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이 대표적 친이계로 분류된다.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명박정부에서 각각 정책실장과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냈다. 친이계는 윤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영향력을 발휘했다. 권 원내대표를 비롯해 장제원·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 당 중진인 김기현·정진석·조해진 의원 등도 친이계로 꼽혀서다.
9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전 대통령 사면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관건은 '패키지 사면' 여부가 됐다. 정치권에선 윤석열정부의 최대 과제로 국민통합이 요구된다는 점, 친이계가 이 전 대통령 사면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우는 게 국민통합이라는 점에선 야권 측 김경수 전 지사와 정경심 전 교수가 패키지로 사면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권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김 전 지사가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보통 집권 1년차 8·15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했다"며 "(패키지 사면은)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는 그런 원론적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사면 대상에 누가 들어갈지를 논의하는 건 지금 시기적으로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패키지 사면에 관한 질문에 관해 "통상 집권 1년차에 대대적 사면 있었고, 윤석열정부에서도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사면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지만, 윤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스타일, 문재인정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모두 '적폐'로 지목돼 구속되고 처벌을 받은 걸 고려하면 정부와 여당이 패키지 사면을 꺼낼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장기적으로 내후년에 총선이 있는 걸 고려하면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을 먼저 사면한 뒤 여론 동향을 보고 추가 사면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