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플랜B에 대한 요구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법제사법위원장 탈환'을 선언,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초선들은 여당 책임론을 들어 국회 공백 방치보다 국정운영 뒷받침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상임위 재배분 등 실리와 명분을 챙길 절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민주당이 내분에 휩싸여 법사위원장 자리에 대해 쉽사리 결단을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도 더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1시간 가까이 원구성 협상 등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을 서로 갖겠다는 양당의 기존 입장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면서도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했고, 서로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도 "한시간 가까이 의견을 교환했는데 각자 입장에서 당장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며 "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사진 왼쪽)와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전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위해 회동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자정을 기해 21대 국회 전반기가 종료됐으나 후반기 국회는 열흘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상임위 옥상옥'으로 불리는 법사위원장을 누가 가져갈 것이냐가 핵심이다. 여야의 입장은 팽팽하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를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21대 국회 전반기 민주당이 법사위를 갖는 대신 후반기엔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합의했던 것도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민주당이 제1당 지위로 국회의장을 갖는 상황에서 법사위원장마저 내주면 국회 전체를 내어주는 것과도 같다. 반면 민주당은 통상 법사위는 야당이 가졌다며 앞선 합의를 번복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조정을 통한 절충안도 나왔지만,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 수습이 급해 쉽사리 당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원구성 협상이 좀처럼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당 내에서는 절충론도 언급되는 분위기다. 법사위를 갖되 11 대 7로 나누기로 한 상임위를 재배분하는 방안, 법사위를 주되 국정과제 입법과 인사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력을 얻어내는 방안 등이다. 한 초선 의원은 "솔직히 국민 입장에선 법사위원장 이런 건 피부에 전혀 안 와닿는 문제 아니냐"며 "민주당과 협상을 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법사위를 무조건 가져오겠다는 권 원내대표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이 같은 의견은 소수에 그친다. 당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 입장에선 리더십 때문에 법사위 탈환만 외치는데, 국회 정상화 지연도 우려해야 한다"며 "법사위를 우리가 가지는 대신 민주당이 원하는 상임위를 주는 것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 계파가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하려고 선명성을 강조하는 데다 당론을 모을 구조도 아니어서 원구성 협상이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절충안을 꺼내더라도 민주당에서 먼저 내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회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회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악화되고, 집권여당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타협점을 찾으려면 결국 서로 절충안을 내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해 합의를 깨면서까지 법사위를 내놓지 않는 건 '국민의힘 몫 상임위' 중 국토위·예결위·정무위 등 알짜배기를 더 가져가겠다는 전술로도 볼 수 있다"면서 상임위 재배분이 절충안의 하나가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날 여야 회동 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절충안으로 거론되는)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등은 나중에 더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전체적인 상임위 재배분이나 이런 건 논의를 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원구성 협상)타결을 이루는 게 국회의 책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 구체적으로 다른 무엇을 고려하느냐', '절충안을 모색하자는 당내 일부 기류엔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에는 "노코멘트"라며 자리를 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