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대승에도 체제 정비와 정책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공천 제도를 정비키로 한 데 이어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구현을 위한 입법 지원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이후 본격화되는 여권 권력투쟁 의미도 담겼지만, 국민의힘은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의 실패가 학습효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180석 거대여당에서 출발했지만 민심과 괴리된 행보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심판을 받은 민주당의 전철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는 말이다.
일단 여야의 대척점은 원구성에 있다. 핵심은 법사위원장 자리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원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에 돌입한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국회 공백을 종식하자는 취지다. 이번 회동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제안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가 이번 주부터 원구성 협상을 한다고 했고, 송 수석부대표는 진 수석부대표에게 계속 연락했다"면서 "야당이 여러 가지로 바쁘지만 시간·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언제든 만날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아제르바이잔 수교 30주년 기념 사진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회동으로 지난한 원구성 협상이 전격적으로 타결될 지는 불투명하다. 정치권에서도 '상임위 옥상옥' 평가를 받는 법사위원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여야의 협상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릴 걸로 내다봤다. 다만 국회 정상화가 시급한 국민의힘이 법사위의 권한 축소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일종의 절충점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민주당도 직전 원내대표 간 합의가 있었던 데다,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철퇴를 맞은 만큼 법사위 권한 축소에 동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극적인 양보도 점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은 법사위 자체보다 일단 국회를 가동시켜 국정과제를 추진하고 인사청문회를 여는 게 더 급하다"며 "권 원내대표가 결단할 걸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국회 공백을 타개하려고 더 많이 노력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 것으로 구도를 전개해 여론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 같은 의견은 아직 소수에 그친다. 상임위와 본회의를 잇는 관문인 법사위마저 민주당에 넘길 경우 민주당의 의회 독주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고, 이는 국정운영에도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논리에서다.
당 혁신위 출범에도 눈길이 쏠린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당 주도권을 놓치 않으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특히 공천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공천 전횡을 막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의원이 혁신위 출범에 비토를 놓았다.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내부에선 다른 말도 들린다. 한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 후 단톡방에선 '180석 민주당 실패를 잊지 말자'는 말들이 구호처럼 나왔다"며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 이후 자만하지 않고 더 민심에 귀를 기울이자고들 했다"고 전했다. 권력투쟁으로 비치는 이견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음을 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자중론도 강하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20대 대선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이 21대 총선 대승에 취해 기득권에만 집착, 내로남불 이미지를 낳고 부동산정책 실패 등으로 민심과 멀어진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163석과 비례 17석을 당선시키면서 180석의 거대 집권여당이 됐다. 정치권에선 "문재인정부는 87년 체제 이후 특정 정권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정치적 기회를 획득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문재인정부는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했다. 민주당의 몰락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180석 거대 여당으로서 개혁입법에 손을 놓고 86세대의 기득권을 챙기는 이미지로 비호감을 쌓은 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지목된다.
지방선거 승리 후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가장 강조한 지점도 "민주당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겠다"였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이튿날인 2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지난 2년 전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큰 성과를 내고 일방적 독주를 하다 2년 만에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며 "겸손한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라는 교훈을 바탕으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의 100일 그림을 그리는 공약사항들이 많이 있다"며 "이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국민들한테 드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대통령의 공약사항들을 점검하는 한편 입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