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원하지 않는 근로자들까지 전원 해고한 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이상훈)는 사회복지법인인 A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A법인이 해고를 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면서도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근로자 전원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A법인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거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자를 선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정리해고의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7월 설립된 A법인은 부산과 제주도, 충주 등에서 노인요양시설과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다. A법인은 부산 노인요양시설의 이전 원장 등에 대한 인건비 부정수급 등을 이유로, 2019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급여비용 약 5억3288만원의 환수처분을 받았다. 또 요양시설 입소자가 2019년 9월 91명에서 같은 해 12월 59명으로 줄었고, 부산진구청에게서 50일의 업무정지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에 A법인은 2020년 1월 노인요양시설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경영상 해고가 불가피해졌다며, 한달 동안 근로자대표와 해고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A법인과 근로자대표는 같은 달 요양시설 전 직원을 경영상 해고 대상자로 선정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서를 작성했고, A법인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요양시설 근로자 32명 중 25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A법인은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7명에게는 한달 뒤인 2월말 해고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해고 대상 근로자 중 노동조합원이던 요양보호사 5명은 A법인의 이 같은 행위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라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없었고 A법인이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인용했다. 다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기각했다.
A법인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는 인정하면서도, A법인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해고 대상자 선정시 기준도 합리적이지 않았다며 A법인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법인은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A법인의 청구를 다시 기각했다. 법원은 A법인에 해고 요건 중 하나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는 있었다고 인정했으나 해고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들을 전부 해고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합리적·객관적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뿐만 아니라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희망퇴직 신청 이후 기존 인원의 78%가 감소할 예정이었으므로 업무정지기간 동안의 손실 규모가 상당 부분 감소될 예정이었다”며 “입소자 중 약 30명은 업무정지기간 종료 후 재입소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으므로 요양시설 영업을 재개하는 게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서울시 서초구 행정법원.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