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을 받는 개발 사업자들이 곽상도 전 국회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법조 거물 전관들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대화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의 27회 공판을 열고 ‘정영학 녹취록’의 원본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이날 재생된 김씨와 정 회계사의 대화 녹음 중에서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곽 전 의원과 권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을 비롯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조력자들에게 로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와 정 회계사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녹음파일에서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50개 나갈 사람 세어줄게.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홍성근, 권순일”이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가 “5억씩이냐 50억씩인가” 묻자 김씨는 “최재경, 김수남, 곽상도, 권순일, 홍성근, 박영수, 이게 현재도 50억이야”라고 재차 말했다. 김씨가 언급한 이들은 각각 박 전 특검, 곽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성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 권 전 대법관,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다. 정 회계사는 “50, 50, 100, 200, 300”이라며 돌아갈 분배액을 계산하는 듯한 말도 했다.
박 전 특검의 친척이자 대장동 아파트 분양 대행업을 맡은 컨설팅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금원을 지급하자고 논의한 내용도 함께 담겼다. 김씨는 “320억이면 이씨까지는 되겠네”라고 했고 정 회계사가 “네, 50개씩”이라고 대답했다.
50억 클럽 의혹을 받은 인물들의 이름이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에서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녹음파일에 관해 “정 회계사와 김씨가 곽 전 의원, 권 전 대법관, 박 전 특검 등 소위 ‘50억 그룹’으로 알려진 사람을 포함해 대장동 사업 조력자들에게 지급할 액수와 조달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중간점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녹음파일에서 거론된 50억 클럽 명단 중 재판을 받는 건 곽 전 의원뿐이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깨지는 걸 막는 대가로 김씨에게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나머지 인물들에 관해선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관련 수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녹음파일에는 이익배분을 두고 김씨와 정 회계사가 남 변호사 등과 갈등을 빚은 내용도 담겼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지역의 A11블록과 A12블록을 언급하면서 정 회계사에게 “어차피 그건(A12) 네 것”이라고 말했고, 정 회계사는 “A11이 형 거라고 볼 수 있는데 남욱이 돈이 잘못 들어왔다고 계속 난리를 쳤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사실 걔(남욱)가 불만이 있었지”라며 “영학아, 나는 애들하고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네들 돈 뺏어서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공정하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동생이 아니라 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형이 가만히 있겠냐”고 덧붙였다.
정영학 회계사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특혜 의혹' 관련 2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